세계적인 소프라노 조수미가 어머니와의 일화를 솔직하게 고백했다. 조수미의 모친은 딸이 연습을 끝내지 않으면 방문을 열어주지 않을 정도로 엄격했다. 한 명의 아티스트로 대했고, 결혼도 만류했다. 조수미는 어머니의 진심을 뒤늦게 알게 됐다고 털어놨다.
지난 26일 방송된 SBS '집사부일체'에는 지난주에 이어 조수미가 출연했다. 이날 조수미는 전설의 지휘자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과의 인연을 공개하며 "카라얀은 지휘계의 황제다. 사람들이 신이라고 불렀다. 그분에게 발탁이 돼야 세계적인 성악가가 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어릴 때 제 방에 카라얀의 포스터가 있었다. 늘 동경하면서 매일 사진에 인사를 하며 꿈을 키웠다. 그런데 운명적으로 카라얀으로부터 오디션을 보고 싶다는 연락이 왔다. 이탈리아 유학을 시작한 지 2~3년 만이었다. 말도 안 되는 운이었다"고 덧붙였다.
조수미는 "그때는 어려서 무서움이 없었다. 그분을 처음 보자마자 껴안고 머리카락도 만져보고 그랬었다"고 밝혔다. 두 사람이 처음 만나는 순간이 담긴 영상도 공개됐다.
카라얀은 조수미의 노래를 듣고 매우 놀라고 감동받은 모습이었다. 슬픈 눈의 조수미에게 '집사부일체' 멤버들이 이유를 묻자 "칭찬을 받아서 감동을 받았었다. '이런 내 모습을 부모님이 봤다면 얼마나 자랑스럽게 생각하셨을까. 이 순간을 엄마가 봐야 하는데' 생각했다"고 말했다.
조수미는 어머니에게 투정도 많이 부리고 못되게 굴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나는 엄마 같은 엄마는 되지 않겠다고 생각했다"고 고백한 그는 네 살 때부터 피아노를 배웠는데, 어머니가 8시간 연습을 하기 전에는 방문을 열어주지 않을 정도로 엄격하게 교육했다고 전했다.
사실 조수미 어머니의 꿈은 성악가였다. 모친은 조수미가 이 꿈을 대신 이뤄주길 바랐고, 오로지 자식 뒷바라지에 인생을 바쳤다. 조수미는 "십 년 동안 옷 한 벌 해 입으신 적이 없다. 엄마가 매일 똑같은 옷만 입고 있어서 학교에 오는 게 싫었다. 자존심이 강해서 엄마에게 오지 말라고 한 적도 있었다"고 돌아봤다.
조수미의 어머니는 조수미에게 "넌 결혼하면 안 된다"는 말도 했다. 조수미는 그런 어머니를 선뜻 이해하긴 어려웠다. 하지만 그는 "한 남자에게 종속되지 않는, 많은 사람이 사랑할 수 있는 아티스트가 되라는 뜻으로 해석했다. 어머니는 저를 대할 때 딸이 아니라 한 명의 아티스트로 대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유학을 가서 어머니의 편지를 받기 시작하며 이분의 마음, 나에 대한 기대를 알게 됐고 어머니를 용서하고 사랑하고 이해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조수미 모친은 약 10년간 치매와 싸우다 지난해 8월 별세했다. 조수미는 지난 2019년 어머니에 대한 마음을 담은 앨범 '마더'(Mother)를 발표했고, 지난해 5월 8일 어버이날에는 예술의전당에서 '나의 어머니'라는 타이틀로 리사이틀을 열었다.
조수미는 "엄마가 돌아가시기 전에 치매가 와서 힘든 시간을 보내셨다. 제가 어디에 있든 한국 시간에 맞춰 엄마한테 전화를 걸어 노래를 불러드렸다. 어느 날부터 제 목소리를 못 알아들으시고, 저를 못 알아보셨다. 그리고 코로나 때문에 엄마의 마지막을 함께 하지 못했다.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도 파리 공연 때문에 장례식장에 가지 못했다"고 말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어머니는 해외 공연을 앞두고 있던 조수미에게 장례식에 참석하지 말라고 했다. 당시 조수미는 관객에게 아버지의 부고를 알리고 슈베르트의 '아베마리아'를 불렀다. 조수미는 "어머니는 제가 관객들과 한 약속을 지키길 원하셨던 것이다. 어머니는 정말 특별한 분인 것 같다. 어머니는 저한테 '너는 대한민국 사람들이 가장 사랑하는 아티스트가 되어야 한다'고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