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상장회사 재무제표 심사 때 회계장부상 현금과 실제 보유액이 일치하는지 중점적으로 들여다보기로 했다. 상장사 임직원들의 횡령 사고가 잇따르자 점검을 강화하면서 기업들의 내부 통제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겠다는 의도다.
금융감독원은 26일 상장사와 회계감사인들이 재무제표를 작성ㆍ감사할 때 유의해야 할 회계 이슈 4개를 선정하고, 2023년 재무제표 심사 때 이를 중점 점검하겠다고 예고했다. 금감원은 회사와 감사인이 회계오류 취약 분야에 대해 충분한 주의를 기울이도록 매년 6월 다음 사업연도 중점 점검 분야를 미리 공표해왔다.
우선 장부상 현금이나 현금성 자산이 실재하는지, 영업ㆍ투자ㆍ재무 등 활동별 현금 흐름 표시가 적정하게 이뤄지고 있는지를 점검하기로 했다. 올 들어 우리은행과 오스템임플란트, 아모레퍼시픽 등 상장사 임직원의 횡령 사고가 빈발하면서 내부통제 미흡과 회계감사 부실 우려가 제기됐다는 점을 선정 배경으로 꼽았다. 점검 대상 회사는 전 업종에서 표본추출방식으로 정한다.
사업 다각화나 업무영역 확장 등을 이유로 기업 결합이 증가하는 추세임을 감안해 관련 회계처리도 자세히 살펴볼 방침이다. 역시 전 업종이 점검 대상이다. 금감원은 “기업결합은 지분인수, 합병 등 방법이 다양하고 계약 조건도 복잡하다”며 “사업의 정의 충족 여부, 자산ㆍ부채의 공정가치 측정, 영업권 평가 등 회계처리의 적정성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금감원은 기업이 매출채권 등 금융자산을 장부에 인식할 때 기대신용손실을 적정하게 추정했는지 따져보기로 했다. 최근 금리인상, 원자재가격 상승 등으로 실적 악화 우려가 커진 제조업ㆍ종합건설업ㆍ운수업 등에서 손실충당금을 과소계상할 유인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밖에 비제조업군이 2018년 도입된 새 기준에 따라 수익을 적정하게 인식하고 있는지 여부도 점검하기로 했다.
금감원은 내년 중 2022년도 재무제표가 공시되면 회계이슈별로 심사대상 회사를 선정해 재무제표 심사를 벌일 예정이다. 금감원은 “회사와 감사인이 중점 점검 이슈별 유의사항을 숙지해 올해 재무제표 작성과 회계감사 업무를 충실히 수행하도록 안내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