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두창 의심증상 미신고 고발 가능?...문제는 입국 뒤 '검역관리지역' 지정

입력
2022.06.26 21:00
의심자 2명 20, 21일 입국...1명은 22일 확진
원숭이두창 검역관리지역은 22일 지정, 7월 효력
WHO, '국제적 비상사태' 발령 안 하고 추후 논의

원숭이두창 확진자가 국내에서도 발생한 가운데 의심 증상을 신고하지 않은 의사환자(감염 의심자) 고발 여부를 두고 방역당국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고발을 검토 중"이라고 발표는 했는데, 입국할 시점에는 원숭이두창에 대한 '검역관리지역' 자체가 없었기 때문이다.

26일 방역당국에 따르면 현행 '검역법'은 검역관리지역에 체류하거나 해당 지역을 경유해 입국할 때 감염병 의심 증상에 대한 신고를 의무화했다. 공항 검역소에 제출하는 '건강상태질문서'도 신고 방법 중 하나인데, 허위로 작성하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이를 근거로 방역당국은 국내 첫 확진자가 발생한 지난 22일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한 외국인이 수포성 피부병변 등 의심 증상을 신고하지 않고 부산으로 내려간 사실이 확인되자 "관련 기관들과 협의 뒤 고발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원숭이두창 검역관리지역은 공교롭게도 독일에서 귀국한 30대 내국인이 확진 판정을 받은 날에야 새로 지정됐다. 이날 질병관리청은 올해 하반기 검역전문위원회를 열어 영국 포르투갈 스페인 독일 미국 브라질 등 27개 국가를 원숭이두창 검역관리지역으로 설정했다. 효력은 내달 1일부터 발생해 6개월간 유지된다.

외국인 의사환자는 지난 20일, 역시 건강상태질문서에 '증상 없음'이라고 기재한 내국인 확진자는 21일 귀국했다. 원숭이두창에 대한 검역관리지역이 존재하지 않았던 시기라 피부병변에 대한 신고 의무도 없었던 셈이다. 이미 전 세계 국가에 적용 중인 코로나19 검역관리지역 잣대를 들이대도 입국 때 코로나 발열 기준(37.5도)을 넘겼는지 사후 확인이 어렵다는 게 문제다. 검역대를 지나 질병관리청 긴급신고전화(1339)로 자진 신고한 내국인 확진자는 당시 미열(37도)로 보고됐다.

신고 의무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코로나19 검역관리지역을 폭넓게 적용할 경우 그간 무수히 많은 해외 입국 코로나 확진자들과의 형평성 논란이 불거질 우려도 있다. 게다가 방역당국이 고발을 검토 중이라고 밝힌 외국인 의사환자는 이미 수두로 판명됐다.

이런 이유 등으로 방역당국은 아직 고발 여부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못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방역당국 관계자는 "원숭이두창 검역관리지역은 확진자가 발생해 지정한 게 아니라 상·하반기 1년에 두 차례 정기적으로 위원회를 열기 때문에 사전에 준비한 것"이라며 "의심 증상 미신고는 애매한 점이 있어 추가로 검토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한편 세계보건기구(WHO)는 25일(현지시간) 원숭이두창 확산을 현시점에는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로 지정하지 않기로 했다. 다만 WHO는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몇 주 후 비상사태 결정 여부를 다시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PHEIC는 WHO가 질병과 관련해 발령하는 최고 수준의 경보로, 코로나19에 대해서는 2020년 1월 말 발령했다.

김창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