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꿉꿉한 장마'… 곰팡이 때문에 피부·호흡기 괴로워

입력
2022.06.26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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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장마철이다. 장마 여파로 생긴 곰팡이 때문에 집집마다 골머리를 앓고 있다. 곰팡이는 축축하고 어두운 환경에서 자라는데, 현재까지 알려진 곰팡이만 7만2,000종이다. 발효 식품에 필요한 곰팡이처럼 유익한 것도 있지만 부패를 시켜 곰팡이독(유독 대사물ㆍmycotoxin)을 만드는 유해 곰팡이도 많다.

◇20~30도 온도ㆍ60% 이상 습도일 때 증식 잘 돼

곰팡이는 20~30도 온도와 60% 이상 습도에서 가장 잘 증식해 습도가 90% 이상 되는 장마철은 곰팡이가 번식하기에 최적의 환경이다. 곰팡이가 번식하면 우리 몸의 호흡기로 침투해 기관지염ㆍ알레르기ㆍ천식 등을 일으킬 수 있다.

반가영 강동성심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는 “곰팡이가 번식할 때 공기 중에 퍼지는 포자는 호흡기 건강을 위협하는 가장 위험한 인자”라며 “포자가 호흡기로 흡입되면 각종 기관지염ㆍ알레르기ㆍ천식 등을 일으키고 당뇨병이 있거나 면역력이 저하된 환자는 폐렴도 생길 수 있다”고 했다.

또한 습기가 많으면 옷을 세탁해도 잘 마르지 않는다. 그러면 모락셀라균이 크게 늘면서 꿉꿉한 냄새와 함께 세균이나 곰팡이가 크게 번식한다.

면역력이 떨어진 고령층이나 영ㆍ유아가 덜 말린 옷을 입으면 대상포진이나 칸디다증이 생길 수 있다. 특히 여성은 속옷을 통해 균이 질(膣)에 번식하면 질염을 일으킬 수 있다. 따라서 통풍이 잘 되는 하의와 순면 속옷을 입고, 나일론 속옷은 땀 흡수력이 거의 없으므로 피하는 게 좋다.

음식이 닿는 주방의 식기ㆍ도마ㆍ행주는 햇빛으로 소독ㆍ살균하는 것이 좋다. 주방에는 소화기 장애를 일으키는 푸른곰팡이균을 비롯해 암색선균, 누룩곰팡이균 등이 자주 생기기 때문이다.

화장실 등 실내에 생긴 곰팡이를 제거하려면 전용 살균제를 사용하거나, 환기가 잘 되는 환경에서 표백제를 사용해 청소해야 한다. 베란다ㆍ욕실 등 타일에 생긴 곰팡이는 물과 락스를 희석해 뿌리고 10분 뒤에 물로 닦아내면 된다. 하지만 화학약품 특유의 독성이 있기에 작업 후 환기하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하루 2회 30분 이상 집안 창문이나 모든 문을 열어 자연 환기하고 3, 4일에 한 번 정도 난방을 하는 것도 집안 습기 제거에 효과적이다. 곰팡이 먹이가 되는 먼지를 없애기 위해 자주 청소해 집안을 청결히 유지해야 한다.

벽지에 습기가 생겨 눅눅해졌다면 곰팡이는 산(酸)에 약하므로 마른 걸레에 식초를 묻혀 닦아 주면 된다. 그래도 잘 제거되지 않으면 헤어드라이어로 말린 후 브러시, 칫솔, 결이 고운 샌드페이퍼 등으로 조심스럽게 긁어내면 된다.


◇젖은 신발·옷 충분히 말려야

곰팡이는 또한 집안 내부 음식뿐만 아니라 피부에도 번식한다. 곰팡이로 인한 가장 흔한 질환이 피부 표피 각질층이나 손발톱이 진균에 감염돼 생기는 무좀이다.

곰팡이는 손발톱뿐만 아니라 머리나 얼굴, 몸 어느 곳에서도 번식한다. 특히 어린 아이는 얼굴 무좀을 주의해야 한다. 부모가 무좀균이 있는 발을 만지다가 아이 얼굴을 만지면 곰팡이가 얼굴로 옮겨갈 수 있기 때문이다.

김철우 강동성심병원 피부과 교수는 “얼굴 무좀은 보통 붉은 반점 형태로 나타나기 때문에 일반 피부 질환과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며 “단순 습진으로 오해해 임의로 스테로이드 연고를 바르면 증상이 더 심해질 수 있으므로 전문의와 상담해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장마철에 무좀을 예방하려면 신발에 신경을 써야 한다. 비ㆍ땀으로 젖어 내부가 습한 신발은 무좀을 유발할 수 있다. 여름철 신발은 두세 켤레 준비해 번갈아 신고, 젖은 신발은 충분히 말린 다음에 신어야 무좀과 완선을 예방할 수 있다.

발 무좀과 완선 치료는 관리와 약물 치료를 병행해야 한다. 곰팡이성 감염 질환은 질병이 생긴 부위를 습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 약물 치료는 항진균제가 사용된다. 발 무좀과 완선은 적절한 항진균제 연고를 한 달 정도 바르면 치료가 가능하다.

간찰진은 두 피부 면이 맞닿은 부위에 생기는 염증성 피부염으로, 고온 다습한 여름에 흔히 발생한다. 목 주름 부위를 비롯해 무릎 뒤, 손가락 사이, 엉덩이, 가랑이 사이, 발가락 사이 등 피부가 맞닿는 부위면 어디든지 생긴다.

이우진 서울아산병원 피부과 교수는 “특히 빗물과 접촉하고 나서 씻지 않고 오랫동안 방치하면 빗물에 섞여 있는 각종 화학물질이 피부를 자극해 간찰진이 생기기 쉽다”고 했다. 자극을 받은 피부는 염증 반응이 생겨 붉은 반점과 같은 접촉성 피부염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간찰진을 예방하려면 피부가 접히는 부위는 습하지 않게 관리하고 시원한 환경을 유지해야 한다. 증세가 가벼우면 약한 스테로이드나 항생제 연고를 발라 치료할 수 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