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광역시가 민선 8기 출범을 앞두고 인사 담당 간부를 전격 교체했다. 광주시장 교체기에 공무원 조직 내 '꽃보직'으로 통하는 인사 담당 간부를 바꾼 것은 전례를 찾기 힘들다. 더구나 인사 담당 교체가 '뜨는 권력'인 강기정 광주시장 당선인 측과 교감 아래 이뤄진 것으로 드러나 직원들 사이에선 "벌써부터 줄 세우기를 하는 것이냐"는 뒷말이 무성하다.
24일 광주시 등에 따르면 광주시 인사정책관실은 전날 인사운영팀장 A씨를 역량개발팀장으로 보내고 신임 인사운영팀장에 인재채용팀장 B씨를 앉히는 보직 변경 인사를 냈다. 인사정책관은 "민선 8기에 맞는 새로운 그림(인사)을 그릴 수 있도록 사람(인사운영팀장)도 바꾼 것"이라며 "A씨가 특별히 잘못한 게 있어서 보직을 변경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부서 내 업무 분장 권한을 쥔 인사정책관이 강 당선인 측의 입맛에 맞게 인사 라인을 다시 짠 것이다.
이번 인사운영팀장 교체는 문영훈 행정부시장이 강 당선인 측에 먼저 제안해 이뤄졌다. 강 당선인 측 관계자는 "대변인과 비서실장 등 일부 보직 인선과 관련해 광주시로부터 제공받은 공무원 인사 정보가 제한적이어서 좀 더 자세한 정보를 받을 수 있느냐고 문 행정부시장에게 물었더니, 문 행정부시장이 인사운영팀장을 바꿔주겠다면서 편한 사람을 알려 달라고 해 B씨를 추천했다"고 말했다. 강 당선인 측이 인사 정보를 수월하게 제공받을 수 있도록 인사운영팀장을 강 당선인 측에서 원하는 간부로 바꿔줄 테니 적절한 사람을 추천해 달라고 문 행정부시장이 제안을 해 왔다는 얘기였다. 문 행정부시장은 대변인과 비서실장을 공무원 중에서 임명하는 인사안에 대해 강 당선인 측에 제안하며 후보를 추천하기도 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시청 내부에선 "새로 취임할 광주시장에게 인사 라인이 알아서 긴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한 직원은 "아무리 '지는 권력'이라지만 이용섭 광주시장이 퇴임하지도 않았는데, 이런 인사를 하는 것은 부적절해 보인다"며 "한마디로 문 행정부시장이 강 당선인에게 잘 보여서 자신의 자리를 보전하려고 한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문 행정부시장은 이에 대해 "노코멘트하겠다"면서 입을 닫았다.
일각에선 이 시장이 외부 인사 청탁 방지 등을 위해 인사 부서를 독립 기구로 만들었는데, 문 행정부시장이 이를 무력화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이 시장은 2018년 7월 취임 직후 자치행정국 내 인사 담당을 인사정책관으로 독립시켜 행정부시장 밑에 두는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준국장(4급) 자리인 인사정책관을 행정부시장 직속 독립기구로 분리해 인사 관련 업무의 자율성과 전문성을 강화하겠다는 의도였다. 이와 관련, 또 다른 직원은 "문 행정부시장이 인사 라인을 통해 인사 정보를 독점하면서 이를 이용해 새로운 시장에게 줄을 선 것이라는 오해를 살 수도 있다"며 "이번 인사운영팀장 교체는 인사 부서를 독립시킨 취지를 무색케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