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종양 가운데 신경교종의 일종인 ‘미만성 성상세포종(Diffuse astrocytoma)’이 재발하면 종양에 뚜렷한 변화가 나타나고, 이 중 특정 표현형을 가진 종양은 예후가 좋지 않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 표현형에 대해 표적 치료를 시행하면 질환 진행을 늦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뇌종양 환자는 2016년 4만7,000명에서 2020년 5만9,000명으로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서울대병원 신경외과(백선하 교수, 문효은 박사) 및 미국 잭슨 랩 유전의학연구소(로엘 페어락, 프레드릭 판 박사) 공동 연구팀은 세포의 유전적 진화 및 미세 환경 상호작용에 따라 미만성 성상세포종 진행이 좌우된다는 연구 결과를 최근 발표했다.
뇌종양(두개골 내에서 발생하는 모든 종양)의 일종인 신경교종(glioma)은 뇌와 척수 내부에 있는 신경교세포에서 기원하는 종양을 말한다.
신경교종은 종양을 구성하는 주된 세포에 따라 성상세포종(별아교세포종), 핍지교세포종, 상의세포종 등으로 나뉜다.
이 중 성상세포종에는 모양세포성 성상세포종(Pilocytic astrocytomaㆍ양성), 미만성 성상세포종(Diffuse astrocytomaㆍ악성), 역형성 성상세포종(Anaplastic astrocytomaㆍ악성), 교모세포종(Glioblastomaㆍ악성) 등이 있다.
미만성 성상세포종은 개두술(開頭術) 등 수술이나 감마나이프 등 방사선 치료 후에도 재발ㆍ악화가 반복되면서 치료가 어려운 악성 종양(암)이다. 하지만 이 같은 치료 저항성 원인이 무엇인지 그동안 알려진 바가 적었다.
연구팀은 미만성 성상세포종 재발 전후 유전자 및 세포 구성 변화를 확인하기 위해 2018년 GLASS 컨소시엄에서 수집된 종단 분석 데이터를 확장해 미만성 성상세포종 환자 304명의 재발성 종양세포 데이터를 다각도로 분석했다.
그 결과, 미만성 성상세포종 재발 시 종양세포는 유전ㆍ세포학적으로 바뀌며 세포 내 미세 환경 상호작용에도 변화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이 같은 변화로부터 미만성 성상세포종의 예후 인자로 활용 가능한 특정 표현형들을 발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재발성 종양에서 나타난 변화는 △신경세포(neuronal) △중간엽(mesenchymal) △증식성(proriferative) 등 3가지 표현형으로 그룹화할 수 있었다.
각 표현형은 IDH 유전자 돌연변이 상태에 따라 형성됐으며, 서로 다른 특징과 생존율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신경세포 표현형은 IDH 변이가 없는 미만성 성상세포종에서 나타나는 형태로, 환자의 생존율과는 관련이 없었다. 신경세포(뉴런) 간 신호 전달이 활성화된 것이 특징이다.
중간엽 표현형은 IDH 변이가 없는 미만성 성상세포종에서 나타나지만 환자 생존율이 낮다. 이는 중간엽 골수세포 및 종양세포 간 상호작용으로 인해 종양이 중간엽에 전이된 경우로 미세 혈관 증식과 세포 괴사가 관찰되는 것이 특징이다.
증식성(proriferative) 표현형은 IDH 변이가 없는 미만성 성상세포종을 비롯해 CDKN2A 유전자 결핍이나 과돌연변이 상태인 IDH 변이 미만성 성상세포종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 이 표현형도 환자 생존율이 낮으며, 신생 세포가 증식해 종양이 활발하게 성장한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이 결과는 미만성 성상세포종 진행을 이해하는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제공하며, 환자의 질병 궤도를 파악하고 재발성 종양에 대한 임상적 의사 결정을 안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백선하 교수는 “미만성 성상세포종의 치료 저항성은 환자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 극복해야 하는 중요한 과제”라며 “종양세포가 유전 및 미세 환경적 요인에 의해 변화한다는 사실을 바탕으로 난치성 질환으로 알려졌던 미만성 성상세포종의 치료 반응 예측 모델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셀(Cell)’ 최신 호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