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주 52시간 근무제 전면 개편 방침에 민주노총은 "일하다 죽으라는 사망선고"라고 비판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24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짧은 기간에 집중해서 아주 장시간 노동하는 것은 노동자들의 건강 문제를 심각하게 야기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정부는 현재 주 단위로 관리되는 연장 근로시간을 월 단위로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주 52시간제를 탄력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여지를 넓혀 주겠다는 취지다. 극단적이긴 하지만 이 경우 한 주에 연장 근로를 몰아서 주당 최대 92시간(기본 40시간+연장 근로 52시간) 근무도 합법적으로 가능해진다.
'주 92시간 노동이 가능한가'라는 진행자 질문에 양 위원장은 "과거에 그렇게 일했으니까 가능은 하다"면서도 "현실적으로 가능하냐가 아니라 이게 올바르냐라고 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반문했다. 그는 "주 92시간을 일하려면 주 6일 근무할 경우 하루에 15시간씩 일해야 한다"며 "노동자들한테 일하다 죽으라고 하는 사망선고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여전히 OECD 평균보다 1년에 400시간(50일) 정도 더 일해 장시간 노동하고 있는 국가"라며 "노동자들에게 더 긴 노동을 강요하면 결국 노동자들의 건강권 문제로 귀결돼 적절치 않다"고 했다. 이어 "이런 문제를 바로잡거나 과거에 주간 연속 주야 2교대 근무하던 것을 바꾸기도 했는데 (이번 발표가) 오히려 과거로 역행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내세운 '11시간 연속 휴식 등 건강권 보호조치'에 대해서도 "오전 9시에 출근하는 사람이 11시간 연속 휴식하려면 적어도 오후 8시에는 퇴근해야 돼, 2시간(오후 6시~8시) 정도 연장 근무만 가능하다"며 "가능하지 않은 걸 하겠다고 해 이상하다"고 반박했다.
'연구개발직군 등 선택과 집중이 요구되는 업종마다 차별화가 필요하다'는 경영계의 입장에 대해서도 "연구개발 한 사람한테 장시간 노동을 시키는 것이 아니라 일자리가 없는 청년노동자를 더 고용하면 되는 문제"라며 "적은 인원을 장시간 노동시키기보다 8시간 노동을 많은 사람들이 할 수 있도록 해야 실업률도 줄어들고, 청년들에게도 일자리를 보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임금체계를 연공급에서 직무성과급으로 바꾸려는 정부 방침에는 "(임금체계 개편은) 노사협상 사항"이라면서도 "이전 정부처럼 공공부문에서부터 강제하고, 민간으로 확장되는 방식을 취할 것 같다"고 예상했다. 그는 "우리나라 임금체계가 바뀔 필요는 있다"며 "현재 기본급 비율이 굉장히 낮고 수당 상여금 성과급 등 변동급 비중이 굉장히 높아 노동자들의 임금안정성이 불확실하고, 갈등도 많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고정급 비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임금체계를 개편하는 것이 시급한 문제이지 직무성과급제를 도입해서 노동자들에게 또다시 혼란을 야기하고 현장에서 관리자 눈치 보는 노동자들로 전락시키는 방향은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양 위원장은 또 "노동현장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는 비정규직 문젠데, 윤석열 정부는 후보 시절부터 지금까지 비정규직 문제는 언급조차 안 하고 있다"며 "(윤석열 정부가) 노동 문제를 들고 나온 이유는 사용자, 경영자들의 이윤을 보장해 주기 위해서 노동을 어떻게 변화시켜야 되는가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