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가장 큰 저수지인 충남 예산군 예당저수지도 가뭄을 피해 가지 못했다. 지난 19일에는 저수율이 30% 아래로 떨어지면서 물이 바닥나 메마른 황무지를 연상케 했다.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이른 새벽, 예당저수지엔 물 위에 떠 있어야 할 낚시용 좌대들이 땅 위에 방치되어 있었다. 그나마 물 위의 좌대들도 어족 보호 차원에서 낚시가 금지되어 강태공들의 모습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금방이라도 비가 내릴 것 같은 날씨였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 주변이 밝아지면서 강렬한 햇볕이 쏟아졌다.
안타까운 마음으로 저수지를 한 바퀴 돌아보다 가슴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바닥엔 물고기들이 처참하게 죽어 있었고, 메마른 바닥은 마치 ‘삭막한 초원지대’에 온 듯한 느낌이었다. 왜가리와 백로는 갈 곳을 잃고 먼지 날리는 흙바닥에서 힘겨워했다. 다행히 제주에서 시작된 장마가 전국으로 확산한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린다. 시원한 빗줄기가 온 대지가 스며들어 생명수가 되길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