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담배업계의 애플'이라던 쥴… 미국 시장서 퇴출

입력
2022.06.24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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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FDA, 쥴 제조 전자담배 판매 금지 명령
"유해 화학물질 우려…청소년 흡연도 늘려" 
쥴 "FDA 결정 동의 못 해, 이의 신청 제기"

전자담배 ‘쥴(JUUL)’이 미국 시장에서 퇴출당했다. 한때 ‘전자담배계의 애플’이라는 평가까지 받았지만, 10대 청소년 흡연 증가 등 사회적 논란을 일으키면서 결국 미국 시장에서 퇴출 수순을 밟게 됐다.

23일(현지시간)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쥴이 제조하는 전자담배에 대해 판매 금지 명령을 내렸다. FDA는 쥴이 제출한 자료를 검토한 결과 이 회사 전자담배가 공중보건에 적합하다는 것을 입증할 충분한 증거가 부족했다고 밝혔다.

FDA는 액상형 니코틴이 든 전자담배 카트리지에서 유해 화학물질이 나올 가능성 등 여러 우려가 제기됐다고 지적했다. 쥴 전자담배는 USB처럼 생긴 충전식 디바이스에 액상 카트리지를 끼워서 사용한다. FDA는 또 쥴 전자담배가 청소년 흡연 증가에도 역할을 한 점도 강조했다.

쥴은 즉시 반박했다. 쥴은 성명을 통해 “우리는 FDA 결정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이의 제기와 더불어 우리가 취할 수 있는 모든 선택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독성학적 우려에 대한 해명 자료를 이미 제출했고, 이 자료는 공중 건강 보호에 적합해야 한다는 법적 기준을 충족한다"고 반박했다. AP통신은 “10대 흡연 급증을 촉발한 것으로 비난받은 쥴이 FDA의 이번 조치로 큰 타격을 입었다”고 전했다.

쥴은 2017년부터 미국에서 큰 인기를 얻었다. 단맛, 과일 향 등이 나는 가향 제품으로 시장을 공략했고 기존 궐련 담배와 완전히 다른 외형과 휴대성 등을 앞세우면서 혁신의 상징 애플과 비견되며 ‘전자담배계의 애플’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전자담배가 금연을 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하지만, 쥴의 공격적인 마케팅 이후 미국에서는 10대들의 전자담배 사용이 급증하며 사회 문제로 부상했다. 미국 고교생의 전자담배 흡연율은 2017년 11.7%에서 2019년 27.5%로 늘었다. FDA가 2020년 일반 궐련 담배 향과 멘톨 맛을 제외한 다른 가향 제품 판매를 금지하고 나서야 고교생의 전자담배 흡연율은 지난해 11.3%로 떨어졌다.

앞서 미국 보건단체들은 전자담배가 니코틴에 중독된 새로운 청소년 세대를 형성할 것이라고 경고해왔다. 글로벌 리서치 업체 모닝스타의 필립 고험 애널리스트는 “쥴이 앞으로 가치를 창출할 유일한 기회는 (미국이 아닌) 국제 시장에 있지만, 다른 나라 규제기관들도 FDA와 비슷한 입장을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허경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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