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당대회를 두 달 남짓 앞두고 열린 더불어민주당 의원 워크숍에서 또 한번 유력 당권주자인 이재명 의원을 겨냥한 불출마론이 이어졌다. 의원들은 이 의원 앞에서 “이회창과 황교안의 길을 따라서는 안 된다”며 날 선 비판을 날렸고, 이 의원은 “선배 의원님들의 말씀을 잘 경청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23일 충남 예산군 덕산 리솜리조트에서 열린 민주당 의원 워크숍에서는 초선, 재선, 더좋은미래(더미래) 등 당내 여러 모임의 의원들이 ‘이재명 책임론’을 쏟아냈다. 민주당은 워크숍 슬로건으로 '새롭게, 민주당'을 내걸었지만, 사실상 이 의원 출마를 둘러싼 찬반 격론장이 됐다. 워크숍에는 민주당 의원 170명 가운데 155명이 참석했다.
당내 최대 의원 모임인 더미래 대표로 나선 송갑석 의원은 “이재명 의원이 왜 대통령이 되어야 하는가 하는 비전과 가치를 제시하는 데 부족함이 있었다”며 “이회창의 길을 따라가서는 안 된다. 태극기 부대를 등에 업은 황교안의 실패 사례 등을 참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대선·지방선거 패배 책임자 불출마’를 가장 강력하게 주장해 온 재선의원 그룹도 이 의원의 불출마를 강력하게 주장했다. 앞서 재선의원 48명 중 34명이 전날 같은 취지의 입장문을 내기도 했다. 재선그룹의 정춘숙 의원은 “문재인 정부의 평가는 물론 후보자에 대한 평가까지 포괄적으로 해야 한다”며 이 의원을 압박했다. 그는 △통합형 지도체제 △97세대(90년대 학번·70년대생) 후보 차출론 △팬덤정치 극복 등의 의견을 냈다.
초선 모임 ‘더민초’를 대표한 오기형 의원은 “특정 인물에 대한 책임론으로 가서는 안 된다”는 신중론과 “(지방선거에서) 송영길, 이재명 후보 선출 과정에서의 의사결정 문제가 선거 결과로 이어진 것 아니냐”는 비판을 동시에 전달했다.
보궐선거 당선 후 첫 당내 행사에 참석한 이 의원은 낮은 자세를 유지했다. 이날 예정 시간보다 30분 늦게 현장에 도착한 이 의원은 “모두가 선배 의원이기 때문에 말씀을 잘 경청하겠다”며 “아직 (출마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고, 의원 포함 당원과 국민 의견을 낮은 자세로 열심히 듣는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친문재인계 전해철 의원의 불출마에 대해서는 “특별한 의견이 없다”고 답했고, 대선 패배 책임론에 대해서는 “제일 큰 책임은 후보인 저한테 있다”고 했다. 이 의원은 토론장에서도 “초선 의원으로서 열심히 하겠다”는 취지의 간단한 인사말을 남긴 뒤 입을 꾹 닫았다.
이어진 분임 토론에서는 또 다른 당권 주자로 꼽히는 친문계 홍영표 의원과 한 조가 돼 눈길을 끌었다. 홍 의원도 이 의원과 마찬가지로 “계파 갈등이 번질 수 있다”는 이유로 불출마 대상으로 거론된다. 이 조에는 두 사람 외에 이장섭 박광온 어기구 김의겸 송갑석 고용진 허영 홍성국 의원이 포함됐다. 이 의원실 관계자는 “이 의원이 같은 분임 조 의원들의 얘기를 충분히 듣기만 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