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안 개정, 노동계 설득, 전문가 권고... 노동시장개혁 앞 산적한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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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6.24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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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23일 노동시장 개혁을 위한 방향성을 제시했지만, 법안 개정을 위해서는 거대 야당의 동의가 필요한 데다 노동계가 강력 반발하고 있어 실질적인 변화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정부는 4개월간의 전문가 연구를 통해 개혁 과제를 구체화하겠다는 계획이다.

고용노동부가 이날 내놓은 개혁안은 크게 근로시간 유연화와 임금체계 개편으로 나뉜다. 이 중 주 52시간제의 탄력적 운영을 기본 내용으로 하는 근로시간 유연화는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 근로기준법 제53조에 '1주 내 12시간을 한도로 근로시간을 연장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기 때문이다. 여소야대 국회 지형에서 야당 설득이라는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이날 "미래 지향적인 노동시장을 만들어나가는 데 여야 간 이견은 없을 것이기 때문에, 의원들과 긴밀히 소통하고 대화하면 충분히 가능할 거라고 본다"며 낙관했지만, 현실적으로 빠른 시일 내 개혁이 진행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노동계의 반대도 장애물이다. 이날 민주노총은 개혁안에 대해 "오늘 발표는 새로운 것은 아무것도 없는 맹탕 발표"라며 "주 52시간제를 무력화하고 노동시간을 무한대로 늘리자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국노총도 "정부 발표는 우리나라의 고질적 문제인 저임금·장시간 노동체제를 공고히 하겠다는 선언"이라며 "국민 눈높이에 맞는 합리적 대안이 아니라 경영단체 요구에 따른 편파적 개악 방안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일제히 환영 의사를 밝힌 경영계 입장과 상반된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경제위기 극복과 일자리 창출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을 냈고, 중소기업중앙회는 "중소기업계의 애로가 상당 부분 해소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높였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우리 경제가 한 단계 발전할 수 있는 도약의 발판이 돼줄 개편안"이라고 치켜세웠다.

노사 자율의 영역인 임금체계 개편의 경우 정부 역할이 제한적인 만큼 개혁 효과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현재 근로자 1,000명 이상 사업체의 70.3%, 100명 이상 사업체의 55.5%가 호봉급 제도를 운영하고 있을 정도로 보편적 시스템으로 자리 잡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 장관도 "임금체계는 자율의 영역이기 때문에 정부는 정보를 제공하고 설명회를 하는 등의 방식으로 도와줄 수밖에 없다"며 "추가적으로 할 수 있는 게 있을지 보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일단 7월 중 전문가로 구성된 '미래 노동시장 연구회'를 구성해 구체적인 입법과제와 정책과제를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10월까지 운영되는 연구회는 실태조사와 집단 심층면접(FGI), 국민 의견수렴 등을 통해 권고안을 제출할 예정이며, 정부는 이 내용을 가지고 사회적 대화를 시작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이 장관은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전문가 집단이 충분한 실태 조사와 사례 연구를 먼저 하고, 이를 검토해 개혁 방안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며 "추가 개혁 의제를 발굴해낸 뒤 이를 기반으로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등을 통해 노사정 공감대를 형성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종= 곽주현 기자
박관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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