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2027년까지 국가 에너지 효율을 25% 개선해 서울시가 6년 동안 쓰는 전력량에 버금가는 에너지를 절감하겠다고 밝혔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3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제25차 에너지위원회'를 열고 이런 내용을 포함한 '시장원리 기반 에너지 수요효율화 종합대책'을 심의했다. 이번 정부 들어 처음 열린 위원회는 새 정부 에너지 정책 방향의 큰 틀을 논의했다.
이날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는 에너지 정책의 중심을 '공급' 에서 '수요 효율화'로 바꾸기로 했는데, 이는 한국이 세계 10위 에너지 다(多)소비국이지만 에너지 효율이 매우 낮기 때문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1.7배 이상 많은 에너지를 쓰고 있고, 에너지 원단위(효율)는 OECD 36개국 중 33위로 최하위 수준이다. 에너지 원단위는 1차 에너지 공급량을 국내총생산(GDP)으로 나눈 값으로, 원단위가 낮을수록 적은 에너지로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한다는 의미다.
2019년 기준 한국 원단위는 0.084인 데 비해 일본은 0.052, 독일은 0.053이다. 독일과 일본 등은 수요 효율화를 제1 에너지원으로 인식하고 에너지 정책의 최우선으로 꼽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에너지 수요 효율화는 고유가 등 에너지 위기와 탄소중립 대응에 있어 입지, 계통, 수용성 등 공급 부문 3개의 허들을 원천적으로 회피하면서도 사회·경제적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매우 강력한 수단"이라고 설명했다. 우선, 정부는 산업·건물·수송 등 3개 부문에서 에너지를 많이 쓰는 소비 주체가 효율화를 추진하도록 제도를 정비하고 인센티브를 제공할 방침이다.
우선, 전체 에너지 소비의 62%를 차지하는 산업 부문에선 연간 20만 TOE(석유환산톤) 이상 다소비 기업 30곳을 대상으로 에너지 효율 혁신을 위한 자발적 협약을 맺고, 자발적으로 설정한 목표를 달성할 경우 포상 및 보증·보조 등을 지원한다. 한국전력, 한국가스공사 등 에너지 공급자가 부여된 목표만큼 고객의 효율 향상을 지원하는 '에너지공급자 효율향상제도'를 의무화하고 대기전력저감, 고효율기자재인증, 효율 등급제의 효과 제고를 위한 규제 혁신도 추진한다.
가정을 포함한 건물 부문에선 주변 단지나 가구들끼리 누가 더 전기를 많이 절감하는지를 경쟁하고 우수자에게 절감량에 맞춰 캐시백을 지원하는 '에너지 캐시백 사업'도 전국으로 확대 시행한다. 전국적으로 수요 효율화가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지방자치단체에 에너지 진단 권한을 넘겨 관리하도록 하는 방안도 추진할 계획이다.
수송 부문에서는 친환경 미래차 추세에 맞춰 배터리 중량 증가 등으로 전기차 전비(電費)가 나빠지는 것을 개선하기 위해 현행 단순 표시제를 넘어 등급제로 개편한다. 수로는 3.6%에 불과하지만 수송 에너지의 21%를 사용하는 중대형 승합·화물차 연비제도 도입할 예정이다.
정부는 이런 대책을 통해 2027년까지 2,200만 TOE의 에너지를 절감해 에너지 원단위를 현재보다 25% 개선해 주요 7개국(G7) 평균 수준에 도달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2,200만 TOE는 서울시의 약 6년치 전력 사용량에 해당한다.
이날 발표 내용을 두고 NGO는 수요 효율화 대책이 탁상공론이 되지 않고 실행에 옮겨질 수 있도록 정부가 장기적인 관점에서 체계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홍혜란 에너지시민연대 사무총장은 "수요 효율화 우선 정책은 탄소중립을 위한 바람직한 방향이지만 실제로 이행되기 위해선 예산 확보 등 제반 조치들이 꾸준히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문재인 정부도 2020년 8월 에너지위원회에서 2024년까지 국가 에너지효율을 13% 개선하고 에너지 소비를 9.3% 감축하기로 결정했지만,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는 평가받는다. 홍 사무총장은 "특히 에너지 수요 절감이 중요하다는 것을 국민들이 모두 인지할 수 있도록 현실적 여건을 반영해 전기요금을 정상화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