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에서 연이어 패배한 더불어민주당에 팬덤 정치가 쇄신 쟁점으로 부상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한 열성 지지층은 민주당의 핵심 축이었으나 문자폭탄 등으로 당내 이견과 토론을 가로막는 해악이 지적되곤 했다. 비문 이재명 의원이 당권을 향해 가고 그 지지층이 당원으로 합류하자 이제는 계파끼리 서로 팬덤 정치를 공격하는 전쟁 양상이다. 21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사에서 만난 정치학자 서복경 더가능연구소 대표는 “팬덤은 죄가 없다. 팬덤 뒤에 숨어 책임을 피한 당 지도부와 국회의원들이 비겁할 뿐”이라고 단언했다. 팬덤 정치란 무엇이며 그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정당이 할 일은 무엇인지 물었다.
-“팬덤 정당에서 대중 정당으로 나아가겠다”고 했던 박지현 전 비대위원장에게 “박 전 위원장이야말로 팬덤에 취해 춤춘다”(김남국 의원)는 비난이 쏟아지는 등 민주당이 팬덤을 등에 업은 계파 다툼으로 아수라장이다. 팬덤 정치란 무엇인가.
“연예인을 열성적으로 지지하는 서브컬처(하위문화)를 뜻하는 문화 용어가 정치로 유입돼 최근 팬덤 정치로 명명되고 있다. 열성적 지지자야 김대중·김영삼 전 대통령 때도 있었다. 그들에게 강성 지지자 집단이 없었다면 세무조사니 조직사건이니 하는 군사정권의 탄압을 어떻게 버텼겠나. 그런데 팬덤의 본질을 정치인과 지지자의 관계를 넘어 지지자 집단 내 관계 형성이라고 볼 때 그 시작은 노사모다. 문재인 전 대통령에겐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에서 반노·반문계가 나가고, 커뮤니티 중심의 지지자 그룹이 대거 입당하며 친문 팬덤이 형성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콘크리트 지지층 또는 탄핵 무효를 주장하며 태극기 집회를 열던 지지자들도 도시락 싸서 소풍 오듯 집회를 여는 등 고유의 문화를 갖고 있다.
서브컬처의 두 가지 특징은 당대의 지배적 문화를 반영하며, 그들만이 공유하는 문화가 있다는 점이다. 팬덤 정치가 담은 시대상은 탄핵 이후 대한민국 시민들이 과거와 질적으로 다르게 정치 효능감 표출의 욕구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 세대와 성별을 가리지 않고 보편화됐고 정치적 의사표현을 하는 진입장벽이 낮아졌다. 정치인과 국민의 관계 맺기가 쉬워졌다. 관계 맺는 대상에 따라 박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기성세대는 거리로 나왔고, 이 의원을 지지하는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들은 손가락(문자와 댓글)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재명 팬덤의 정체는 무엇인가. 대선 당시 이 의원에게 2030 여성 표가 몰렸고, 대선 후 신규 입당한 20만 명 중에도 2030 여성이 다수로 여겨졌는데, 박 전 위원장을 저격하고 최강욱 의원을 옹호하는 등 맹목적으로 이 의원을 지지하는 면이 보인다. 여성 신규 입당자를 인터뷰한 한 기사를 보면 페미니즘 지향의 지지자와 그와 무관한 이 의원 지지자가 섞여 있다.
“맹목적 지지 자체가 팬덤 정치를 정의하는 요소는 아니다. 아미는 BTS를 맹목적으로 지지하는 집단이 아니라, BTS를 매개 삼아 우애적 정서와 연대감을 공유하는 집단인 것이다. 지지자들 간 상호적 문화, 공유하는 유사 정서가 중요하다. 구성 자체는 다원적이고 이질적이다. '개딸'로 불리는 젊은 여성, '냥아'라는 젊은 남성, '개삼촌', '개이모' 등이 섞여 있다. 이재명 지지자들이 검수완박을 요구하거나 최 의원을 옹호하는 모습을 보인 것도, 과거사가 이질적인 그룹들이 모여 있기 때문일 것이다. 문재인 정부를 오래 바라보면서 검찰개혁을 완수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1그룹, 이 의원을 매개로 썸을 타는 2그룹, 민주당은 마음에 안 들지만 윤석열 대통령으로 상징되는 국민의힘이 절대 용납 안 되는 3그룹이 다 있을 것이다. 이들 중 일부가 윤 대통령의 정치보복에 대한 정보를 접하고 위기감을 표출하면 그런 행동이 드러난다.”
-구성은 이질적이나 이 의원을 매개로 모인 이유가 있을 텐데. 예컨대 문파의 핵심 정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지키지 못해 억울하게 죽음에 이른 데 대한 ‘지못미’ 정서를 문 전 대통령에게 투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태극기 부대에는 탄핵을 계기로 산업화 세대의 모든 노력과 인생 자체가 부정당하고 훼손되는 것을 바로잡고자 하는 욕구가 보인다. 이재명 팬덤의 핵심 정서, 유사 문화는 무엇인가.
“이재명 팬덤의 핵심이 무엇인지는 사후적인 해석의 영역일 수 있다. 지금 굳이 공통점을 찾아본다면 선거 이후 민주당 질서가 이 의원을 중심으로 재구성돼야 한다는 것에 합의한다는 점일 터다. 정치인·정당과 지지자·유권자 사이의 관계는 끊임 없이 신호를 주고받으며 변한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정적인 관계가 아니다. 더구나 이재명 팬덤은 이제 만들어지는 단계, 연애로 말하면 막 썸을 타기 시작한 셈이다. 노사모는 노무현이라는 정치인과 긴 시간 썸을 탔던 역사를 갖고 있다. 5공 청문회부터 수차례 부산 선거에서 낙선한 것을 지켜본 끝에 2002년 대선 때 안정적인 관계 형성 단계로 들어갔다. 문재인·박근혜 팬덤도 나름의 역사성을 갖고 있다. 결국 정치인과 지지자가 서로의 필요에 의해 만나고 관계를 형성하는 것인데, 이재명 팬덤이 맹목적 지지를 보낼 정도의 결속력을 보일지, 나중에 어떤 모습일지는 지켜봐야 한다.”
-문제는 팬덤을 ‘이용하는’ 정치인 아닌가. 강성 지지자에게 부응하면서, 당내 이견이 제대로 토론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대선 패배 후 검수완박 강행 등 강성 노선으로 치달았다.
“민주당 의원들이 비겁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지지자들은 강성이든 아니든 직업 정치인이 아닌 생활인이기 때문에 정치 정보를 습득하는 시간이나 판단하는 시야가 제한적이다. 대선 후 검수완박을 추진한 게 잘못이라면 당시 지도부, 원내대표단, 의총에서 결정한 의원들이 모두 무릎을 꿇어야지 왜 지지자, 계파를 탓하나. 강성 지지자를 이용한 계파가 있을 것이지만, 당론으로 결정하고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킨 나머지 의원들은 뭔가. 당의 잘잘못을 집단적으로 평가해야지 특정 계파가 강성 팬덤을 내세워 협박했다고 핑계 대고 있으니 비겁하다. 위성정당 만들 때도 당원 투표를 알리바이로 삼았는데 선거를 한다고 다 민주주의가 아니다. 세계적으로 권위주의 국가 중에도 선거를 하는 나라가 더 많다. 과거 유신헌법이 국민투표로 통과됐다고 민주 헌법인가. 민주주의에서 표결이 의미 있으려면 사전에 충분한 정보를 제공해야 하고 숙고할 공간이 보장돼야 한다. 당원들에게 설명회나 공청회 한 번 안 하고, 그 흔한 유튜브 토론 한 번 안 하고 투표하게 하고는 지도부가 알리바이로 삼은 것 아닌가. 그때의 당 지도부를 비판해야지, 열심히 투표한 당원들을 비판할 일인가.”
-결국 지도부 문제가 크다.
“어떤 정당이든 △국회의원 등 선출 공직자 △당직자 △활성 당원 △비활성 당원 △일반 지지자 등 5개 집단으로 구성되는데 결국 결정은 의원과 당직자가 하는 것이다. 책임은 그들이 져야 한다.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떠넘기며 책임질 사람이 책임을 안 지는 것, 이것이 바로 민주당이 스스로 평가해야 하는 첫 번째 포인트다. 팬덤 정치와 결별하고 계파 정치를 척결하는 건 올바른 진단이 될 수 없다. 정말 그렇게 믿는다면 현대 정당정치에 무지한 것이고, 알고도 그렇게 말한다면 나쁜 것이다.
정당에서 팩션(계파)은 자연스럽고 필요한 것이다. 사회는 끊임없이 바뀌고 새로운 문제는 계속 등장한다. 정당이 늘 대안을 내놓을 수 없다. 예컨대 코로나가 터졌을 때 뭘 해야 하는지 논쟁을 하고 다른 의견을 가진 이들을 설득해서 다수 의견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지금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오고 미국이 급격히 금리를 인상하는데 이때 다양한 진단과 대안이 나와 논쟁하고 합의해야 한다. 사회문제에 대한 해법을 찾을 수 있다는 게 계파의 순기능이다. 그러니까 중요한 건 계파가 무엇을 갖고 논쟁하느냐다. 계파 정치를 해체하자, 우리가 먼저 없애겠다는 주장은 무지하거나 나쁜 것이다. 사회변화에 대해 팩션이 논쟁거리를 제공하지 않으면, 논쟁이 없는 채 다수 의견이 만들어진다면, 전체주의 정당이거나 보수 정당인 것이다.”
-실제로 민주당의 문제가 이견이 허용되지 않고 토론이 제대로 안 되는, 전체주의 성향이다. 계파는 있는데 순기능이 안 보인다.
“문제는 계파가 무엇으로 작동하는지, 그 콘텐츠가 없는 것이다. 이재명파, 문재인파 같은 리더에 앞서 지향하는 바가 있어야 하는데 정작 민주당이 뭘 할 것인지는 없다. 너무 적나라하게 당대표 선거에 출마하라, 마라만 이야기하는 게 사실 충격적이다. 이건 그냥 생존투쟁이다. 과거 국민의힘도 친이·친박 싸움을 했었지만 그러면서 2006년 지방선거 이후 2012년 대선에 이르기까지 경제민주화, 복지 확대 같은 콘텐츠 경쟁을 했다. 건강한 콘텐츠 경쟁이 사라진 것은 친박계 공천학살, 친이계 공천학살로 상대 계파를 쫒아낸 결과다. 지금 민주당은 그에 비견될 명분조차 없다. 보수 혁신, 중부담 중복지 같은 콘텐츠가 전혀 없다. 가령 친문계라면 문재인 정부 5년을 평가해 보니 이게 잘못했다, 그래서 이재명 의원으로는 부족하다, 이런 명분이라도 내놓아야 할 것 아닌가. 콘텐츠로 경쟁할 능력과 상황이 안 되니 계파 탓, 팬덤 탓을 하고 있다. 특정 계파에 대해 비판을 할 수는 있으나 룰을 지켜야 한다. 당원이나 지지자 등 책임 없는 사람을 끼워넣어선 안 된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대선과 지선에서 연달아 패배한 가운데 관심 갖고 지켜봐 주는 그들만큼 어마어마한 자산이 없다. 편향된 집단이 있다 하더라도 이들과 결별한다는 발상은 말이 안 된다. ‘너네 틀렸으니 안 놀아’가 아니라 백번이든 천번이든 설득해야 한다. 정당과 지지자의 관계는 끊임없이 상호작용하고 변화하는 관계다.”
-문자폭탄 같은 강성 지지층의 압박은 어떻게 해결하나.
“표현의 자유를 넘는 문제라 할 수 있다. 당 지도부가 디지털 윤리 규범을 만들어 전당대회에서 통과시키고, 이를 근거로 당원 교육을 하고, 의원과 대의원에게는 규범을 위반할 경우 윤리심판원에서 강하게 제재하는 방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그게 아니라 팬덤 자체를 없애자고 하니 그게 가능한가. 이쪽 계파에서 보면 저쪽 지지자가, 저쪽 계파에서 보면 이쪽 지지자가 팬덤이라고 할 텐데, 당 지지자를 전부 다 자를 건가. 그러면 뭘 갖고 정치할 건가.”
-국민의힘도 계파 다툼이 진행 중이고, 이준석 대표 지지자들이 배현진 최고위원을 공격·조롱하는 과도한 행태가 보인다. 국민의힘의 팬덤 정치는 어떻게 보나.
“정당 내부 정치의 위험성은 국민의힘이 더 크다. 민주당이 전통 계파들 싸움이라면, 국민의힘은 친이·친박의 전통 계파가 탄핵 후 아직 회복이 안 된 상태에서 윤석열이라는 새 계파가 들어왔고 당원 기반의 이 대표는 마이웨이로 가는 상황이다. 그러니 가변성이 크고 어디로 갈지 예측이 안 된다. 윤핵관 내에서도 이미 갈라지는 게 보이는데 윤 대통령 국정지지율이 30%대로 떨어지면 분열이 매우 격렬해질 것으로 본다. 그러면 국민들은 아주 불행해질 것이다. 조직적 견제가 있어야 국정이 그럭저럭 돌아갈 텐데 만약 여당에서 대표는 대표대로, 원내대표는 원내대표대로 움직인다면 국정 마비에 가깝게 정책 집행이 안 되는 상황도 올 수 있다고 본다. 탄핵을 쉽게 말하는 이들도 젊은 층에 많은데, 위험한 생각이다. 탄핵은 한 번은 위대한 민주주의지만 두 번은 버릇이 된다.”
-양당 모두 당권이 걸려 있어 계파 다툼이 심각한데.
“당의 리더십이 교체되는 시기엔 파열음이 날 수밖에 없다. 계파 간 100 대 0 싸움을 하지 말고 공존의 룰을 찾아야 한다. 과거 국민의힘이 망가진 것도 친이·친박계가 공존 룰을 찾지 못한 탓이다. 이는 집단지도체제나 명문화로 풀 문제가 아니고 신사협정을 맺어야 한다. 홍영표 의원이든 누구든 친문계 대표가 이재명 의원과 담판을 지어야 한다. 지금 민주당은 저쪽이 당권을 잡으면 ‘강성 당원을 동원해’ 싹 밀어내지 않을까 하는 공포로 패닉 상태인 듯하다. 패닉을 수습하고 룰 미팅을 해야 한다. 그러고 나서 문재인 정부 5년을 정책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선거법 개정,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 위성정당 설립, 재보궐선거 후보 공천 등 다 자신들이 시작하고 집단적으로 결정한 것 아닌가. 이를 평가하고 모두 엎드려 반성해야 한다. 그 안에서 누가 잘했고 누가 못했냐는 중요하지 않다.”
-전당대회 룰을 바꿔서 강성 당원의 입김에서 자유로운 구조를 만들 수 있나? 현재 민주당의 투표권 반영 비율은 대의원 45%, 권리당원 40%, 일반국민 여론조사 10%, 일반당원 5%인데 권리당원이 크게 늘어난 현실을 반영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반대로 국민의힘은 지난해 전당대회 때 국민 여론 반영을 50%로 늘렸다.
“당장 닥칠 전당대회 룰은 손대면 안 된다. 바뀐 룰에 동의하지 않는 출마자가 한 명이라도 있으면 균열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중장기적으로는 룰 변경을 생각해 볼 수 있는데, 당직 선출과 공직자 공천은 구분해야 한다. 공직 후보자 선출은 정당 정체성과 유권자 선택을 놓고 정당이 판단하기 나름이나 당에서 일할 사람을 뽑을 땐 당원 비중이 높아야 마땅하다. 유럽 정당들은 당직 선거를 일반인에게 여는 경우가 없다. 단 대의원과 당원 비율은 현행 룰이 당원 50만 명 시절에 만들어진 것이라 조정할 여지가 있어 보인다. 대의원이 훨씬 숙고한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점에서 가중치를 둔 것인데 당원이 사회 분위기를 반영하고 민심을 감지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더 중요한 건 전당대회 투표뿐 아니라 시·도 지구당 차원에서 권리당원이 행사할 권리를 제도화하는 것이다. 유럽 정당들은 지구당에서 1년에 한 번씩 회계 보고도 하고 활동 보고도 하고 대의원 선거도 한다. 권리당원이 당 돌아가는 것에 대해 정보도 얻고 공직자 후보 정책토론회도 하고 투표권도 행사해야 하는데 이런 게 하나도 없으니 전당대회에 목을 맨다.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투표권이 배치되는 것처럼 보이는 문제도, 애초에 지역구 당원들이 대의원을 뽑으면 문제가 안 된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무투표 당선자가 500여 명, 직전 선거보다 6배나 늘어난 것은 정당의 뿌리가 고갈되고 있다는 증거다. 민심과 당심의 괴리 이전에 당의 뿌리와 지도부 사이 괴리가 커지고 있다. 당원들이 온라인으로 막 들어온다고 당이 흔들리는 건 뿌리에서부터 당론이 결정되는 과정이 제도화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입당 문화도 바뀌는 것인데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당은 도태될 뿐이다. 신규 당원들에게 매뉴얼을 보내고 환영대회를 열고 당원교육을 하고 대의원 투표를 하도록 해서 당 안으로 들어오게 해야 한다. 그러면 몇 십만 명이 들어오든 당이 왜 흔들리겠나. 강성 당원 때문에 당이 흔들린다는 건 지도부가 능력이 안 된다는 고백일 뿐이다.”
-결론적으로 팬덤 정치를 긍정적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정당이 무엇을 해야 하나.
“민주당은 우선 지도부와 의원단이 책임지고 집권 5년과 지난 선거를 평가하라. 상투 잡고 싸우든 콘클라베를 열든 치열하게 공과를 평가하되 당원이나 지지층을 끼워넣어선 안 된다. 둘째, 계파는 해체하자고 해서 없어지지 않는다. 계파 없앨 생각 말고 비전을 놓고 싸워라. 당 비전이 무엇인지를 내놓고 싸워서 전당대회에서 평가를 받아라. 셋째, 이번 전당대회는 기존 룰대로 가고, 전당대회 후에 전반적으로 조직질서를 바꿔야 한다. 지금은 시민들이 전반적으로 활성화돼 있고 당원들도 적극 권리를 요구하는 시대다. 이에 맞는 정당 질서를 만들지 않으면 밀물처럼 들어오고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당원들과 공존할 수 없다. 끝으로, 용퇴론 좀 그만 주장했으면 좋겠다.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자원을 동원하고 모든 세대가 연대해도 쉽지 않은데 뭘 자꾸 물러나라 하나. ‘누가’보다 ‘무엇’을 말해야 하고 모든 세대가 연대해서 파이를 키워야 한다.
국민의힘도 정당 질서가 시민들의 정치문화와 안 맞기는 마찬가지다. 지난해 전당대회 이후 새로운 리더십 실험이 진행 중인 셈인데, 이준석 리더십이 작동하지 않고 싸우기만 해 집권당으로서 불안한 이미지를 낳고 있다. 정당 질서를 고민하고, 세대 교체에 매달리지 말라는 건 국민의힘에도 해당되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