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문재인 정부에서 몸집을 불렸던 공공기관 다이어트에 착수했다. 윤 대통령이 ①호화 청사 ②고액 연봉 ③과도한 복지 등을 구조조정 기준으로 제시하면서 정부는 벌써 한국전력공사 등 대형 공기업을 겨냥하고 있다. 한국일보는 정부가 강조한 대로 공공기관 경영이 실제 방만한지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23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알리오)을 통해 36개 공기업의 복리후생비를 전수 조사해봤다.
지난해 기준 정규직 1인당 복리후생비가 300만 원을 넘는 공기업은 △강원랜드(428만 원) △한전(413만 원) △주택도시보증공사(380만 원) △한국석유공사(358만 원) △인천항만공사(333만 원) △부산항만공사(330만 원) △한국토지주택공사(323만 원) △울산항만공사(319만 원) 등 8곳이었다.
복리후생비 지급 항목은 주로 복지 포인트, 학자금, 명절 보너스 등이다. 재원은 자체 예산과 수익의 일정액을 적립하는 사내근로복지기금으로 마련한다. 이들 기관이 직원에게 준 1인당 복리후생비는 공기업 평균인 239만 원을 웃돈다. 특히 1인당 복리후생비가 가장 많은 강원랜드, 한전의 처우는 다른 공기업과 비교됐다.
복지 포인트로 평균 309만 원을 준 강원랜드의 1인당 복리후생비는 공기업 중 꼴찌인 한국철도공사(125만 원)보다 276만 원 많았다. 강원랜드의 복지 포인트 한도 762만 원은 근속 연수, 다자녀 등 요건을 충족해야 하지만 많아야 250만 원까지 주는 다른 공기업보다 훨씬 높았다.
한전은 다양한 형태의 복지를 챙겨 줬다. 우선 복지 포인트 113만 원, 설·추석 지원비 40만 원 등을 지급했다. 또 회사 및 노조 창립일·근로자의 날에 온누리상품권 10만 원, 봄·가을 체육대회 6만 원 지급 등 다른 공기업에선 보기 드문 혜택도 적지 않았다. 한전 직원 수(2만3,312명)를 합산하면 지난해 복리후생비 총액은 963억 원 규모다.
복리후생비를 300만 원 넘게 준 8개 공기업 중 강원랜드, 한전 등 7개가 2021년 기준 경영실적 평가에서 보통 또는 미흡 등급을 받은 점을 감안하면, 이들 기관 직원은 상대적으로 큰 혜택을 누리고 있다. 당장 공기업 경영실적 평가에서 1등을 한 한국동서발전만 해도 1인당 복리후생비가 206만 원에 불과했다.
지난해 2분기부터 연속 적자를 내고 부채도 145조 원까지 치솟은 한전을 향한 비판은 더욱 거세다. 한전이 정부에 제출한 3분기 전기요금 kWh(킬로와트시)당 3원 인상안은 기름을 부은 격이었다.
"한전은 본인들 월급 반납한 적 있나"(한덕수 국무총리), "자구 노력이 필요하다"(추경호 경제부총리) 등 정부 고위층까지 잇따라 직접 한전을 압박하는 상황이다. 국민에게 전기료 인상을 설득하려면 복리후생비 삭감 등 기업 정상화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는 뜻으로 읽힌다.
한전은 복리후생비가 다른 기관보다 많은 건 사실이나 자구 노력을 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한전 관계자는 "복리후생비는 이익의 최대 2%를 적립하는 사내근로복지기금을 운용하면서 지급하는 항목도 상당수인데 최근 적자로 복지는 줄어들 수 있다"며 "사장을 포함한 1급 이상 직원 361명의 성과급 반납도 결정했다"고 말했다.
다른 공기업도 할 말이 있다. 고용노동부 조사 결과 2020년 기준 300인 이상 대기업의 연간 평균 1인당 복지 비용은 410만 원이다. 공기업 대부분의 복리후생비가 민간 대기업보다 적은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