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생활이나 경제활동으로 오염된 물은 하수관을 따라 하수처리장으로 모인다. 불법 마약에 중독된 이들의 소변도 마찬가지다. 전체 하수량에 비하면 극미량이지만 하수를 분석하면 그 속의 마약 성분이 검출된다. 누가 배출했는지 알 수 없고 폐기한 마약류의 하수 유입 가능성 등 일부 한계가 있지만, 특정 지역의 마약류 사용 실태 추정은 가능하다는 얘기다. 자연 상태에서 마약 성분이 합성되는 것은 불가능한 만큼 하수가 곧 마약류 사용 실태를 알려주는 지표인 셈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해 4월부터 올 4월까지 하수를 분석해 마약류 2차 조사를 진행했는데, 전국의 27개 대규모 하수처리장에서 모두 메트암페타민(필로폰)이 검출됐다. 이를 토대로 산출한 필로폰 일평균 사용 추정량은 1,000명당 약 23㎎으로 1차 조사 때의 21㎎보다 증가했다.
식약처는 이 같은 내용의 하수역학 기반 마약류 2차 조사 결과를 23일 공개했다. 1차 때는 57개 대규모 하수처리장을 연 4회 조사했는데, 이번엔 27개 하수처리장을 정기조사하며 이 가운데 산업단지·항만·휴양지 인접 13개를 찍어 1주일간 훑어보는 집중조사를 병행했다.
정기조사에서는 1차 때처럼 모든 하수처리장에서 필로폰이 검출됐고, 엑스터시(MDMA)는 21개 처리장에서 나왔다. 암페타민(17개) 코카인(4개)이 검출된 곳도 있다. 집중조사 때도 필로폰은 모두 검출됐고, 9곳은 엑스터시, 8곳은 암페타민이 검출됐다.
'인구추산법'으로 계산한 필로폰 일평균 사용 추정량은 1,000명당 약 23㎎, 코카인은 약 0.6㎎이다. 동일 지역 필로폰 사용 추정량은 1년 전보다 약 2㎎, 코카인은 0.3㎎ 늘었다. 필로폰 사용 추정량은 지난해 기준 호주(약 730㎎)나 유럽연합(약 56㎎)보다 적다. 코카인도 호주(약 400㎎)나 유럽연합(약 273㎎)과 비교하면 낮은 수준이다.
우리보다 먼저 하수를 조사한 호주는 마약류 분석 결과를 △불법 약물 공급 차단 △수사·단속 대상 물질과 지역 선정 등에 적용하고 있다. 유럽연합은 인구 단위 마약류 사용 지표로 활용한다.
식약처도 이번 조사 결과를 마약류 수사·단속 기관에 제공하기로 했다. 보다 정확한 사용량 추정을 위해 지역별 특성과 시기 등을 세분화하고, 이를 반영한 인구추산법 연구도 지속할 계획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마약에 대한 국민의 경각심을 높이고 관계 기관들이 단속 및 예방 정책을 수립하는 데 기초자료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