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종의 성격 유형 테스트처럼 16가지 유형으로 나눠 사람을 분석하는 '성격유형검사(MBTI)'가 유독 MZ세대(1980~2000년대 초반 출생)에서 열풍을 이어가고 있다. 최샛별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런 현상에 대해 "MZ세대는 어릴 때부터 스스로 적성을 찾고 책임감을 가지라고 주입받은 세대"라며 "경제성장으로 취업의 기회 등이 좁아지면서 문제 해결을 위해 끊임없이 자신을 알려는 심리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최 교수는 23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현대사회가 부유해지면서 사람들은 자기 정체성에 대해 궁금해한다. 특히 MZ세대는 자신에 대해 굉장히 궁금해하는 세대"라며 "어린 시절부터 '네 적성을 네가 찾아라' '너를 네가 알고 스스로 책임을 져라'라는 것을 끊임없이 주입받은 세대"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선택에 대한 책임도 자신이 져야 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MZ세대들이 자신에 대해서 궁금해할 수밖에 없다. 미래를 위해서도 그렇다"고 덧붙였다.
최 교수에 따르면, MZ세대의 부모 세대인 '베이비부머' 세대는 어린 시절 경제적으로 어려웠지만 경제성장이 굉장히 빨랐기 때문에 청년기, 장년기에 들어섰을 때 기회가 많이 열렸다. 이는 사회학적으로 "구조적인 계층 이동의 장이 열렸던 시기"로, "좋은 직업이 생겨서 사람들이 올라갈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MZ세대는 "현재 대학 진학률이 세계 최고 수준인 75%이지만 경제성장이 둔화돼 취업의 기회가 닫혀 있다"는 얘기다. 최 교수는 "이들은 끊임없이 자신들의 기회에 대해서 생각할 수밖에 없고, 그거를 잘하기 위해서 자신을 알아야 하는 것"이라며 "MBTI뿐 아니라 혈액형이나 사주, 각종 심리 검사들을 많이 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특히 "MZ세대는 기본적으로 어릴 적부터 '디지털 네이티브'로, 온라인에 익숙한 세대이며 재미를 세상에서 제일 중요한 요소로 여기는 세대다. MBTI가 이 두 가지를 만족시킨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MBTI를 맹신하는 분위기에 대해선 경계했다. 그는 "인터넷에서 쉽게 무료로 할 수 있지만 사실상 여러 저작권 문제 때문에 아주 정확한 방식으로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면서 "MBTI를 이용해 사람을 뽑는다든지 하는 공적인 것에 쓰이는 건 굉장히 큰 무리가 있다고 본다"고 우려했다.
또 최 교수는 이들이 "자기 자신을 한정시켜서 생각할 경우 자기 발전의 크기를 줄이는 부분도 있을 수 있다"면서 "자기 개인에게만 몰두해서 생각한다고 지금 고민들이 해결되는 건 아니다. 사회 구조적인 측면에서 큰 어려움이 있는 시기이기 때문에 그 부분을 생각하면서 자신을 조망할 수 있으면 좋지 않을까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