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 골드버그 신임 주한미국대사가 7월 10일 한국에서 업무를 시작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1월 전임 해리 해리스 대사가 이임한 지 1년 반이나 지나 비로소 공백을 메우는 셈이다.
22일 외교소식통에 따르면, 골드버그 대사의 한국 부임 예정일은 내달 10일로 잠정 결정됐다. 그는 지난달 5일 미 의회 인준을 통과했지만 맡고 있던 주콜롬비아대사직 이임 절차로 인해 곧바로 한국에 오지 못했다. 2일(현지시간) 국무부에서 대사 취임 선서도 했지만 이후 교육일정 등으로 인해 부임 시점이 불투명했다. 이 때문에 그간 외교가에선 '여름'이라고만 알려졌을 뿐, 골드버그 대사가 정확히 언제 한국에 도착하는지를 놓고 설왕설래가 한창이었다. 다만 외교부는 "부임 시점을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답했다.
골드버그 대사 부임은 미국이 대사대리 체제로 운영하던 주한 외교사절단의 비정상적 상황을 정상화하는 의미도 있다. 조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람 이매뉴얼 주일대사는 올 1월, 니콜라스 번스 주중대사는 3월 부임했지만 한국은 마지막까지 빈자리로 남았다. 한미 공조 강화와 동맹 확대를 최우선 외교 과제로 삼은 윤석열 정부로서는 주한미국대사의 오랜 공석이 머쓱할 수밖에 없었다.
골드버그 대사는 2011~2014년 주한대사를 지낸 성 김 국무부 대북특별대표 겸 주인도네시아대사 이후 8년 만의 '직업 외교관'이다. 또한 역대 최고위급인 '경력대사' 직함을 갖고 있어 무게감도 상당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골드버그 대사는 '대북 제재 전문가'로 꼽힌다. 2009~2010년 국무부 유엔 대북제재 이행 담당 조정관을 맡아 북한의 2차 핵실험에 맞서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1874호 이행을 총괄했다. 그 때문에 대북 강경파로 분류되기도 한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위협이 상존하고 7차 핵실험 가능성이 거론되는 상황에서 바이든 정부의 지향점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한 소식통은 "전반적으로 역할에 충실하고 치우침이 없다는 평을 받는 인물"이라며 "능력에 의심의 여지가 없는 만큼 한미 관계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한미 양국의 대북제재는 5월 정상회담과 최근 박진 외교부 장관의 방미 이후 구체화하는 분위기다. 이에 골드버그 대사가 7월 부임하면 한미 최고위급 차원에서 합의한 포괄적 협력 사안들의 후속 조치를 마련하고 관련 채널을 다각화하는 임무에 치중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미 국무부가 발표한 한반도 통합국가전략(ICS)에 담긴 '북한과 대화 재개 및 유엔 대북 결의안 완전 이행' 등도 그가 조율할 핵심 과제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