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이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는 가운데, 리터당 휘발유 판매 가격이 3,000원을 넘어선 주유소가 등장했다. 22일 서울 중구 A주유소 유가정보 게시판에 휘발유 가격이 3,096원으로 표시돼 있다. 한국석유공사 오피넷 기준 전국 최고가이자 유일한 '판매가 3,000원대' 주유소다. 경유 가격 또한 전국 최고가로 3,223원에 판매했다.
물론, 전국 최고가는 주유소 평균 판매가격과 상당한 차이가 있다. 이날 오후 4시 기준 국내 휘발유 평균 가격은 2,120원, 경유는 2,133원이다. 평균가보다 최고가가 약 900원이나 비싸다. 이날 휘발유 기준 전국 최저가는 1,995원이었다. 주유소별로 많게는 1,000원 이상 가격 차이가 나는 것은 주유소마다 처한 경영 환경이 다르기 때문이다.
통상 휘발유 판매 가격은 주유소 점주가 결정한다. 점주는 정유사 공급 가격과 유류세, 주유소가 위치한 지역의 소득 수준, 주변 주유소와의 경쟁 상황 등을 고려해 최종 가격을 책정한다. 예를 들어 인건비를 줄일 수 있는 셀프 주유소의 경우 상대적으로 가격을 낮게 책정할 수 있다.
고물가 시대 기름값 부담마저 날로 커지면서 가격이 조금이라도 더 싼 주유소에 손님이 몰리는 반면, 비싼 가격으로 판매할 수밖에 없는 주유소는 손님이 갈수록 줄어드는 현상도 벌어진다.
A주유소의 경우도 전국 최고가를 기록한 만큼, 이날 기름을 넣는 일반 차량은 매우 드물었다. 점주는 손님이 뜸한데도 기름값을 올릴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 "기본적으로 건물 임대료가 비싸다"면서, "코로나19로 매출이 40%가량 줄었다가 거리 두기 해제 이후 좋아지는가 싶더니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고유가 시대가 되면서 전혀 회복이 안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5만 원 이상 주유 차량은 무료로 세차를 해주는데, 한 번에 7,000원씩 한 달이면 3,000만~4,000만 원이나 되는 세차비의 일부를 기름값에 포함할 수밖에 없다"고도 했다. 실제로 A주유소는 정기 이용권을 구입해 무료 세차 혜택을 받으려는 법인 차량들이 주로 찾았다.
한편 정부는 지난 19일 민생 물가 안정대책의 일환으로 유가 상승 부담을 경감해주기 위해 유류세를 현행 30%에서 법정 최대한도인 37%로 인하하기로 했다. 인하된 유류세는 다음 달부터 적용되는데, 주유소 체감 기름값의 고공행진을 막아 세울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