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진 월북' 발표 뒤집힌 경위… 서해 피격사건 진실규명 검찰로

입력
2022.06.23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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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 서훈 등 文 정부 인사들 고발
대통령기록물 봉인 해제에 촉각

서해 피격 공무원인 이대준씨 유족이 당국의 '자진 월북' 발표와 관련해 문재인 정부 청와대 인사들을 고발하면서 검찰이 수사를 도맡아 의혹 규명이 이뤄질 공산이 커졌다.

서울중앙지검은 22일 이씨 유족이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김종호 전 민정수석, 이광철 전 민정비서관을 고발한 사건을 공공수사1부에 배당했다.

유족 측이 고발장에 적시한 죄명은 직권남용과 허위공문서 작성, 공무집행방해 혐의다. 직권남용과 허위공문서 작성은 검찰의 직접 수사 가능 6대 범죄 가운데 공무원 범죄에 해당하며, 대통령령인 검사의 수사개시 범죄 범위에도 포함돼 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검찰 고발 사건에 대해 관여하지 않을 전망이다. 피고발인이 3급 이상 고위직이고 직권남용과 허위공문서 작성 혐의는 공수처 수사 대상 범죄이지만 유족 측은 이날 공수처의 수사 개입에 반대했다. 공수처는 이와 관련해 "유족의 고발 대상은 검찰이 공수처로 이첩해야 할 의무 대상인 검사가 아니어서 검찰은 계속 수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첩 요구권 행사 여부에도 "검토할 필요성이 높지 않아 보인다"고도 부연해 유족 뜻대로 수사에 개입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고발장 검토 뒤 1년 9개월 전 국방부와 해경이 월북으로 판단한 근거가 된 자료 수집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해경의 초동 수사자료 등을 확보한 뒤 관련자 진술을 토대로 당시 월북으로 판단할 만한 사정이 무엇이었는지 살펴볼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지정기록물 확보도 수순이 될 전망이다. 검찰은 지정기록물이 수사에 중대한 증거에 해당한다는 점을 인정받아야 서울고법원장에게 영장을 받을 수 있다. 이를 위해 대통령기록물 생산자 등을 조사해 '자진 월북' 등 의혹 대상 내용이 기록물에 포함됐는지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공안수사 경험이 풍부한 한 차장검사는 "지정기록물을 꼭 봐야 하는 이유를 충실히 설명해야 영장이 발부될 것"이라고 말했다. 영장 발부로 열람이 허용된 전례는 2008년 이명박 정부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의 국가기록물 유출 의혹 사건과 2013년 노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 논란 사건, 문재인 정부 당시 박근혜 정부의 세월호 참사 보고 시간 조작 의혹 사건 등이다.

'월북'이란 용어가 담겼고 북한군이 이씨를 사살한 정황이 실렸다는 군 특수정보(SI)도 핵심 증거로 꼽히지만, 민감한 안보자산이라 검찰이 군에서 협조를 받아 확보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군과 해경의 의사결정 과정 전반에 대한 수사도 불가피하다. 유족은 국방부가 지난 16일 "청와대 국가안보실로부터 하달받은 사건 관련 주요 쟁점 답변 지침에 따른 것"이라고 발표한 내용을 고발 근거로 삼았다. 직권남용 혐의가 적용되려면 사건 초기 청와대 국가안보실 등이 당시 남북관계 회복을 의식해 군과 해경 측 의사에 반해 무리한 발표를 압박했다는 증거나 진술 확보가 필요하다. 허위공문서 작성 혐의가 적용되려면 당시 청와대가 이대준씨의 월북 의사가 뚜렷하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군과 해경에 지침을 줬다는 걸 입증해야 한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자진 월북 발표 경위를 살펴보려면, 관련 자료를 분석한 뒤 모순되는 부분은 없는지, 첩보만으로 단정적으로 발표한 것은 아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결국 당시 판단이 잘못됐는지 따져야 하기 때문에 만만치 않은 수사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손현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