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이 21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향해 "사실상 검찰총장을 겸직하고 있다"고 직언했다. 그러면서도 최근 법무부가 인민혁명당(인혁당) 재건위 사건 피해자의 과다 배상금 지연 이자 납부를 면제하기로 한 것에 대해선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한 장관이 잘했다. 실세는 실세인가 보다"라고 평했다.
박 전 원장은 21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진행자 김어준씨가 '윤석열 정부가 한동안 검찰총장 없이 계속 갈 것 같다'고 말하자 "한 장관이 검찰총장을 겸직하고 있는 것인데, 이러면 안 된다"며 "전두환 보안사령관이 국정원장 겸직해서 얼마나 많은 피해, 파탄이 있었나. 이런 건 안 해야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검찰총장도 없이 지금 계속 검찰 인사를 한다. 그러면 안 된다"면서 "과거에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으로서 패싱당한 것에 대해 얼마나 울분을 토했나. 정권 교체를 했다면 그런 걸 고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검찰총장을 임명해 순리적으로 해야 한다. 임기 4년에 지금 한 달 조금 넘어서 뭐가 그렇게 급한가"라고 덧붙였다.
박 전 원장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한 장관이 차기 대권 후보로 거론되는 것과 관련해서도 "태양은 하나지 둘이 아니다"라며 "한 장관을 위해 이야기하는데,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도 본인을 여론조사에서 빼달라고 요구했다. 정리가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박 전 원장은 법무부가 인혁당 피해자의 과다 배상금 지연 이자 납부를 면제키로 한 것에 대해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한 장관이 잘했다"고 평했다.
법무부는 전날 인혁당 피해자 이창복씨가 국가에 갚아야 하는 과다 배상금의 지연 이자 납부를 면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유신정권의 대표적 조작사건으로 꼽히는 인혁당 사건과 관련해 이씨는 2007년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고,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해 2009년 배상금과 이자를 합쳐 약 10억9,000만 원을 가지급받았다.
하지만 대법원은 2011년 배상금의 지연손해금(이자)이 과다 책정됐다며 이를 정부에 반환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국가는 이씨를 상대로 2013년 초과 배당금 5억 원을 반환하라며 소송을 제기해 승소하면서 2017년 이씨 자택에 강제집행을 신청했다.
그러나 이를 두고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국가의 빚 고문"이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결국 이씨는 강제집행을 불허해달라는 소송을 냈고, 재판부는 지난달 4일 이자를 면제하라는 화해 권고를 했다. 결국 법무부는 이를 받아들여 지연 이자 납부 면제를 결정했다.
이와 관련해 박 전 원장은 "국정원장 시절부터 이걸 마지막 순간에 합의해서 법무부에 넘겼는데 못 하더라. 법무부와 검찰에서 안 했다"면서 "그런데 역시 한 장관이 실세는 실세인가 보다. 딱 잡아서 '이건 해라' 그래서 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