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술로 개발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II)가 21일 우주로 날아올라 목표를 달성했다. 이날 오후 3시 59분 59초에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된 누리호는 이륙 14분 35초 후 고도 700㎞에 도달해 탑재된 독자 개발 인공위성을 궤도에 안착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로써 한국은 자력으로 무게 1톤 이상의 실용위성을 발사하는 능력을 입증한 세계 7번째 나라가 됐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누리호 발사 약 1시간 10분 후인 이날 오후 5시 10분 브리핑을 통해 "대한민국의 우주가 활짝 열렸다"면서 "누리호는 목표궤도에 투입돼 위성을 성공적으로 분리하고 궤도에 안착시켰다"고 누리호 성공을 공식 확인했다. 이 장관은 "격려와 성원을 보내주신 국민 여러분, 오랜 시간 동안 수많은 역경을 이겨내고 발사 성공을 위해 땀과 열정을 아끼지 않은 과학기술인, 산업체 관계자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날 누리호는 예정된 시각, 예정된 고도에 따라서 매우 순조롭게 비행했다. 오후 4시 9분 고도 650㎞를 통과했고, 4시 13분 3단 엔진을 정지하며 고도 700㎞ 목표궤도에 도달했다. 약 1분 뒤인 4시 14분에는 발사체에 탑재된 168㎏ 무게의 성능검증위성 및 1.5t짜리 모형 위성(위성모사체)의 분리에 성공했다. 궤도에 올라선 성능검증위성은 남극세종기지 지상국과의 교신도 성공적으로 해냈다.
누리호는 전날 오전 7시 20분 무인특수이동차량에 실려 나로우주센터 내 발사체종합조립동에서 나와 8시 44분 발사장에 도착했다. 발사 당일에는 두 단계에 걸친 최종 점검을 받았다. 과기부와 항우연은 21일 오전 10시 30분 오태석 과기부 1차관이 주재하는 누리호 발사관리위원회를 열어 추진제(산화제+연료) 충전 등을 포함한 발사운용절차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오후 3시쯤에는 추진제 충전이 완료됐다. 발사 10분 전부터는 자동운용시스템(PLO)에 의한 발사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과기부에 따르면, 이날 현지 기상 상황은 지상풍의 경우 21일 오후 4시 기준 초속 4m, 고층풍은 낮 12시 기준 초속 15m로 누리호 발사에 적합한 상태였다.
누리호 발사 성공은 1차 발사의 실패와 2차 발사 때 두 번의 연기 끝에 이룬 성과다. 지난해 10월 1차 발사 당시엔 마지막에 작동하는 3단엔진의 연소시간이 46초 부족해 목표속도(초속 7.5km)가 모자랐고, 실려 있던 모형 위성을 궤도에 올리지 못했다. 2차 발사도 순탄치만은 않았다. 이달 15일 발사대에 섰던 누리호는 1단 산화제 탱크 센서에서 이상이 발견돼 조립동으로 돌아가 재점검을 받은 바 있다.
이날 누리호 발사 성공으로 한국은 미국·러시아·유럽연합·인도·일본·중국과 함께 자력으로 1톤 이상의 실용급 위성을 우주 궤도에 올릴 수 있는 세계 7번째 나라가 됐다. 정부는 이번 발사를 통해 누리호의 발사 기술이 성공적이었음을 확인했고, 우주발사체의 성능과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2027년까지 4차례의 추가적인 반복 발사(성능고도화)를 실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