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쭉날쭉’ 국가경쟁력 순위

입력
2022.06.21 18:00
26면

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이 발표한 올해 우리나라의 국가경쟁력이 63개국 중 27위로, 지난해 23위보다 4계단 하락했다. 우리와 반도체 경쟁을 벌이는 대만은 7위, 덩치는 크지만 아직 성숙도는 덜해 보이는 중국조차 17위로 한국을 훨씬 앞섰다. “대한민국의 경쟁력이 크게 추락했다” “과도한 규제, 불안한 재정이 원인이다” 등의 위기감 서린 분석이 예년보다 많이 쏟아졌다.

□ 세계적으로 국가경쟁력을 측정하는 대표적 기관은 IMD, 세계경제포럼(WEF), 세계은행(WB) 등이다. IMD와 WEF는 정부ㆍ교육ㆍ노동ㆍ금융 등 각 분야 경쟁력을 두루 평가하고, WB는 주로 중소기업 경영환경에 초점을 맞춘 ‘기업환경평가’를 한다. 순위는 제각각이다. 한국은 2019년 WEF 조사에서 141개국 중 13위, WB 조사에서는 190개국 중 5위를 했다. 이는 조사방식과 평가 초점이 달라서다. WEF와 IMD 평가는 기업인 상대 설문조사 비중이 각각 70%, 46%에 달하는 반면, WB 조사는 통계조사와 법령분석 위주다.

□ 국가경쟁력 순위가 올해 못지않게 떠들썩했던 적이 있다. 2015년 WEF 평가에서 한국의 금융시장 성숙도(87위)는 아프리카 빈국 우간다(81위)에도 못 미쳐 금융권 비판의 빌미가 됐다. 같은 해 IMD 평가에선 이동전화 가입자 수가 세계 44위에 그쳤다. 알고 보니 한국에선 덜 쓰는 유심 칩 판매 개수를 세는 등 조사방식이 특수해서였다. 이후 정부가 WEF를 설득해 조사의 통계 반영 비중을 높이니 금융 성숙도는 80위권에서 대번에 10위권으로 뛰기도 했다.

□ 지난해 정부는 23위였던 IMD 평가 순위에 “성공적인 방역과 한국판 뉴딜 등 노력의 결과”라고 자찬했다. 반면 올해는 27위 성적표에 “5대 부문 구조개혁과 민간활력 제고 노력을 강도 높게 추진하겠다”며 채찍을 들었다. 결함이 적지 않은 외부의 평가에서 23위는 괜찮고, 27위면 큰일인 건 아닐 것이다. “순위보다 추세를 보라”는 전문가들의 조언대로, 지나친 일희일비는 삼가면서 주요 항목의 개선세에 초점을 맞추는 게 현명해 보인다.

김용식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