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투아니아가 러시아에서 자국 영토를 경유해 러시아 역외 영토인 칼리닌그라드로 물자를 운송하는 것을 금지하자, 러시아 정부가 “불법 행위”라며 보복 조치를 경고하고 나섰다.
러시아 외무부는 20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통해 “모스크바 주재 리투아니아 대사 대리를 초치해 리투아니아 정부가 러시아에 통보도 없이 자국 영토를 통과해 칼리닌그라드주로 향하는 철도 경유 화물 운송을 대폭 제한한 데 대해 항의 뜻을 전달하고 이 조치를 즉각 취소할 것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국제법적 의무를 위반한 리투아니아 측의 도발적 행위를 노골적인 적대 조치로 평가한다”면서 “리투아니아를 경유하는 화물 운송을 복원하지 않으면 국가 이익 보호를 위해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위협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입’으로 통하는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도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리투아니아의 결정은 전례 없는 일”이라며 “러시아는 이를 불법으로 간주한다”고 반발했다.
칼리닌그라드는 러시아 본토와 482km 떨어진 월경지로, 폴란드와 리투아니아 사이 발트해 연안에 위치해 있다. 러시아가 유럽 쪽에서 유일하게 보유한 부동항이기도 하다. 현재 이곳에는 러시아 발트함대 사령부가 주둔하고 있다.
그간 칼리닌그라드는 본토와 가까운 리투아니아를 거쳐 물자를 공급받아 왔다. 그러나 유럽연합(EU) 회원국인 리투아니아가 EU의 대러 제재 발효에 따라 규제 대상인 러시아 물품 경유 금지 조치를 18일부터 시행하면서 주요 물자 보급이 줄었다. 운송 제한 품목은 석탄, 철강, 목재, 금속, 건설자재, 보드카 등으로, 리투아니아를 경유하는 화물 40~50%를 차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리투아니아 정부는 “지난 3월 합의된 EU 4차 제재를 일정에 따라 진행할 뿐”이라며 “주민들의 일상에 필수적인 식품과 의약품, 농업 관련 물품은 경유 금지 물자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1991년 소련 해체 직전 독립한 리투아니아는 러시아에 맞서 우크라이나를 가장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국가 중 하나다.
안톤 알리하노프 칼리닌그라드주 주지사는 “제재 대상 물자는 본토에서 철도로 수송되는 물품 중 절반 정도에 해당한다”며 “곧 문제가 해결될 테니 공포심에 사재기를 하지 말라”고 주민들에게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