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과학로켓 쏜 지 29년 만의 '실용위성' 쾌거

입력
2022.06.21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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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자체 기술로 개발한 우주발사체 누리호가 발사에 성공했다. 누리호로 보면 지난해 10월 1차 발사 이후 8개월 만의 성공이지만, 자체 발사체를 보유하겠다는 꿈을 이룬 것은 그 꿈을 꾸기 시작한 뒤로 자그마치 36년 만이다. 우주개발 황무지와도 같았던 한국에서 연구진은 3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조금씩 땅을 일궜고, 드디어 첫 싹을 틔웠다.

한국이 독자적 발사체 개발을 꿈꾼 것은 1987년 한국천문연구원의 전신 천문우주과학연구소가 발사체 개발 관련 기초연구를 시작하면서부터다. 이후 1989년 10월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을 설립하면서 한국형 발사체 기술 확보를 위한 행보가 구체화하기 시작했다.


첫 문을 연 것은 과학로켓 1호(KSR-Ⅰ) 발사다. 항우연은 개발 3년 만인 1993년 충남 태안군 안흥시험장에서 KSR-Ⅰ을 발사했다. 1단형 고체엔진을 장착한 KSR-Ⅰ은 고도 39㎞, 낙하거리 77㎞를 비행하면서 한반도 상공 오존층을 측정했다. 이후 △1998년 6월 중형과학로켓 KSR-Ⅱ(2단형 고체엔진) 발사 △2002년 11월 KSR-Ⅲ(액체추진기관) 발사 등을 성공하며 발사체 기술력을 차근차근 쌓았다.

소형위성 발사체인 나로호(KSLV-I) 프로젝트는 한국의 발사체 능력이 비약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2002년 8월부터 2013년 4월까지 11년간 총 5,025억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100㎏급 소형 인공위성을 지구 저궤도에 투입하는 게 목표였다. 나로호는 2009년 8월 1차 발사, 2010년 6월 2차 발사가 실패하면서 시련을 겪기도 했지만 2013년 1월 3차 시도에서 성공을 이뤘다. 로켓 기술강국 러시아의 도움이 많았기 때문에 "돈으로 산 한국 첫 우주발사체"라는 비판까지 받았다.

하지만 독자 기술이 없어 설움을 겪기도 했던 당시의 경험은 순수 우리 기술로 만든 첫 우주 발사체 누리호 프로젝트의 자양분이 됐다. 10년 사이 연구진은 거의 모든 장비·시스템을 국내 기술로 해결하며 큰 발전을 이뤄냈다. 누리호의 탑재 중량은 나로호의 15배인 1,500㎏, 비행 고도는 2배 이상인 600~800㎞로 향상됐다. 2018년 시험발사에 성공하고 지난해 10월 1차 발사에서 700㎞ 목표 고도에 도달한 누리호는 21일 2차 발사에선 위성을 지구 저궤도에 올려놓으며 최종 성공을 거뒀다.


고흥 최동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