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말 전당대회를 앞둔 더불어민주당의 ‘룰’을 둘러싼 당내 갈등이 커지고 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 ‘당심(당원 투표) 50%, 민심(여론조사) 50%’로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가운데, 일반 국민 비율은 그대로 둔 채 지나치게 높은 대의원 비율을 줄이고 권리당원 비율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어서다.
이 가운데 유력 당권주자인 이재명 의원이 “당 주인은 당원”이라며 일반 국민 비중을 높이자는 목소리에 공개 반대했다. 이에 박용진 의원은 “어떤 의도든 변화와 혁신을 거부하는 낡은 인식”이라고 반박했다. ‘룰 메이커’인 안규백 전당대회준비위원장은 “만고 불변의 룰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개정에 무게를 실었다.
민주당은 20일 차기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준비위원회(전준위) 구성을 마치고 첫 회의를 열었다. 안규백 전준위원장은 “늦어도 7월 12일까지는 (전대 룰) 세팅이 돼야 한다”며 “원칙을 지키면서 유연하게 하겠다”고 말했다.
룰을 둘러싼 가장 첨예한 쟁점은 투표 비율이다. 민주당은 △대의원 45% △권리당원 40% △일반 국민 여론조사 10% △일반 당원 여론조사 5% 등의 비중을 적용해 당 대표를 선출한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전당대회에서 당원 선거인단 50%, 여론조사 50%로 ‘컷오프’를 하고, 이후 선거인단 70%, 여론조사 30%로 지도부를 선출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돌풍'을 일으킬 수 있었던 것은 50대 50 비중이 바탕"(이상민 의원)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와 비교해 민주당의 민심 반영 비중은 극히 낮다.
이에 박용진 의원 등 일부 비주류 의원들은 “일반 국민 비중을 50%까지 늘리자”고 주장해왔다. 잇단 선거 패배 원인이 ‘민심과 당심의 괴리’에 있는 만큼 민심 반영 비율을 더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박 의원은 이날도 페이스북을 통해 “우리 당의 지도부 선출방식은 권리당원과 대의원이 85%나 반영돼 계파의 힘이 강하게 작용하고, 민심과 괴리된 지도부가 선출될 수 있다”며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전당대회가 되기 위해 민심 반영 최소 50%의 제도적 변화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와 달리 친이재명계 의원들은 일반 국민 비중에 대해 언급하는 대신, 권리당원 비중 확대를 주장하고 있다. 이 의원도 지난 18일 인천 계양산에서 “’당직은 당원에게, 공직은 국민에게’ 이것이 큰 원칙”이라며 전대에서의 당원 비중 확대 주장에 힘을 실었다.
현행 규칙에서 가장 비중이 높은 대의원의 경우 친문재인(친문) 성향이 상대적으로 많아 비중이 그대로 유지되면 친문계에 유리하다. 반대로 이 의원에게 불리한 구도다. 지난 10일 넥스트리서치·SBS가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이 의원의 당대표 출마가 ‘적절하지 않다’고 응답한 비율이 56.1%에 달하는 등 일반 국민의 반응도 호의적이지는 않다.
반면 대선을 치른 3월을 전후해 ‘친명’ 성향의 당원이 대거 입당한 만큼 당원 투표 반영 비율이 높아진다면 이 의원에게 유리한 구도로 바꿀 수 있다.
안규백 위원장도 친명계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그는 “당의 근간을 이루는 사람이 당원인 만큼, 전당대회라고 하면 당원의 표심을 (반영)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권리당원이 120만 명을 넘어섰기 때문에, 표의 등가성을 고려해 그대로 대의원과 묶어서 판단하기엔 어렵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자세한 여론조사 내용은 넥스트리서치 홈페이지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