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고·최대 바둑대전인 제45기 SG배 한국일보 명인전이 20일 한국기원에서 개막했다. 공식 개막식은 21일 오전 10시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이창호 9단과 김형두 9단의 예선 1조 1경기를 시작으로 시작된 이번 명인전은 한국기원 소속 프로기사 262명이 오는 24일까지 예선전을 치른다. 예선을 통과하려면 대진에 따라 4~5번 이겨야 한다. 예선 통과자 12명은 오는 7월 4일부터 16강 토너먼트에 진출해 시드 배정자들과 함께 본격적인 열전에 돌입한다. 이번 대회엔 한국기원 랭킹 10위 이내 기사 중 개인 휴식 중인 이동훈·강동윤 9단을 제외하고 모두 출사표를 던져 국내 최대 기전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대변했다. 특히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한국기원 랭킹 ‘톱 3’를 굳건히 유지 중인 신진서·박정환·변상일 9단이 나란히 출전한다.
예선 첫날 1회전에선 모두 70경기가 진행돼 2회전 진출자 70명이 가려졌다. 항저우아시안게임 한국 대표 김은지 3단은 윤성식 초단을 맞아 5시간에 걸친 혈전 끝에 백불계승을 거두며 2회전에 진출했다. 또 이창석 8단과 정두호 4단이 예상대로 2회전에 합류했고, 메이저급 기전은 첫 출전이지만 좋은 기력으로 주목받는 김윤태 초단도 흑불계승을 거두며 가벼운 발걸음으로 출발했다.
명인전의 묘미는 시드 배정을 받은 우승 후보들과 이들에 도전장을 내민 예선통과자 12명이 맞붙는 본선이다. 지난해 명인전 우승자 신진서 9단과 준우승 변상일 9단은 시드 배정을 받고 예선 없이 본선에서 신흥 도전자들의 도전을 기다리고 있다.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는 역시 지난해 우승자이자 랭킹 1위인 '신공지능' 신진서 9단이다. ‘적수가 없는 일인자’라는 평가를 받는 신진서는 명인전 우승 이후에도 △용성전 △KBS바둑왕전에서 우승하며 기세를 이어갔다. 올해도 최고기사 결정전에서 대회 3연패이자 타이틀 방어에 성공하는 등 승률 88%(46승 6패)를 찍으며 승승장구 중이다. 국제대회에서도 절정의 기량을 뽐내고 있다. 2월 제23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에서는 한국의 2연속 우승을 이끌었고, LG배 기왕전에서도 양딩신(중국) 9단에 2-0으로 승리해 2년 만에 우승컵을 되찾았다. 큰 대회 우승 후 주춤하는 ‘우승 징크스’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랭킹 2위 박정환 9단도 첫 명인 타이틀에 도전한다. 특히 2016년 제43기 대회에서 이세돌 9단(은퇴)에 가로막혀 명인에 오르지 못한 것은 두고두고 아쉽게 됐다. 6년 만에 다시 한번 결승전에 오를지 주목된다. 올해 승률도 73%(35승 13패)로 꾸준함을 과시 중이다.
지난해 준우승자 변상일 9단도 신진서 9단과 함께 일찌감치 시드배정을 받고 본선에 진출했다. 지난해 결승에선 아쉽게 1승 2패로 패했지만, 올해는 우승을 노린다. 시즌 승률(71%·32승 13패)도 좋다. 최근 기세로 따지면 김명훈 8단(8위)도 강력한 우승 후보다. △GS칼텍스배 8강 △용성전 4강 등 신진서에 이어 올 시즌 승률 2위(81%·26승 6패)에 오르면서 날카로운 기세를 뽐내고 있다.
이밖에 명인전과 인연이 깊은 기사들의 행보도 주목된다. 세 차례나 명인(2010, 2011, 2014) 칭호를 받은 박영훈 9단(15위)과 2013년 우승자 최철한 9단(18위), 두 차례 준우승(2010, 2011) 원성진 9단(14위)이 그 주인공들이다. 여류기사 중에는 최정 9단과 김은지 3단의 행보도 관심이다. 최정은 102개월째 여자랭킹 1위를 고수 중이고 김은지는 항저우아시안게임 한국 대표로 선발되는 등 상승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