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은 배우·극본과 더불어 관객이 공연 예술의 중요한 3요소임을 새삼 일깨웠다. 비대면 공연으로 팬데믹 기간을 버텼으나 예술가도 관객도 상대의 존재가 그리웠다. 대면 접촉이 필수인 관객 참여형 공연은 설 자리조차 없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엔데믹(풍토병화)으로 전환되는 2022년 여름. 관객이 공연의 필수 요소가 되는 인터랙티브(양방향) 공연이 마침내 돌아왔다. 지난 15일부터 서울 코엑스아티움에서 열리고 있는 '블루맨 그룹'과 내달 20일 서울고속버스터미널 FB씨어터에서 개막하는 '푸에르자 부르타 웨이라 인 서울'은 관객의 능동적 참여로 완성되는 공연이다.
2008년 한국에 첫선을 보인 후 14년 만에 다시 내한한 '블루맨 그룹'은 말 그대로 온몸을 파랗게 칠한 세 명의 남자가 선보이는 비언어극이다. 1991년 미국 뉴욕에서 시작해 전 세계 25개국 3,500만 명이 관람했다. 2017년 캐나다 서크 드 솔레이(태양의 서커스)에 인수된 블루맨 그룹의 공연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중단됐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점진적으로 재개됐다. 지금은 뉴욕, 보스턴, 라스베이거스 등에서 공연되고 있다. 플라스틱 파이프와 양동이, 페인트 등을 소품 삼은 '난타'와 행위예술, 콩트가 뒤섞여 90분간 펼쳐진다. 이번 공연은 머리를 파랗게 염색한 여성 연주자도 함께 참여한다.
블루맨 그룹은 관객을 '네 번째 블루맨'으로 여긴다. 관객의 반응과 참여가 공연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블루맨들은 관객에게 마시멜로를 던지고 입으로 물감을 뿜기도 한다. 물감과 물이 다른 구역보다 더 많이 튀는 객석 앞쪽 일부 구역은 '스플래시존’으로 묶어 별도로 티켓을 판매한다. 스플래시존 관객에게는 일회용 우의가 제공된다. 4~5월 일본 5개 도시를 돌고 서울에서 8월 7일까지 공연되는 월드투어 프로덕션이다.
2005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초연된 '푸에르자 부르타(Fuerza Bruta)'는 무대와 객석의 구분이 없는 '이머시브' 공연의 원조격이다. 극장의 모든 공간은 무대이자 객석이다. 텅 빈 극장에 들어선 관객은 어디에서 나올지 예측할 수 없는 배우·무대 세트와 마주한다. 배우들은 뛰다가 수조에서 헤엄치고 관객들 사이에서 춤을 춘다. 테크노, EDM 등 다양한 장르가 결합된 음악은 독특하고 몽환적인 분위기에 힘을 보탠다.
스페인어로 '잔혹한 힘'을 의미하는 '푸에르자 부르타'는 34개국 58개 도시에서 600만 명 이상이 관람했다. 도시의 빌딩 숲을 살아가는 현대인의 스트레스를 모티프로 삼았다. 잉카제국을 세운 중남미 원주민의 언어로 '신의 바람'을 뜻하는 웨이라(Wayra)가 붙은 '푸에르자 부르타 웨이라 인 서울'은 3년 만의 재공연 무대다. 서서 70분간 감상해야 하기 때문에 편한 신발 착용은 필수다. 공연은 10월 10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