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 등 원자재에 이어 식량도 안정적 공급망을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무역협회(무협)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20일 발표한 '식량 수출제한 조치에 따른 공급망 교란과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세계 각국이 내린 식량·비료 수출제한 조치는 57건이다. 주요 품목 중 소맥(18건), 대두유(10건), 팜유(7건), 옥수수(6건) 순이었다. 이 중 45건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실시된 조치였다.
보고서는 식량을 수입해 가공·소비하는 산업 구조를 지닌 우리나라는 이런 국제적인 식량 공급망 교란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2020년 기준 국내 산업에서 사용하는 원료 곡물의 수입산 비중은 79.8%에 이르며, 주요 식량인 소맥·옥수수·팜유·대두유의 국내 자급률은 1%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수출제한 조치 시행국에서 수입하는 식량은 전체 수입량의 11.6%(칼로리 기준) 정도다. 다만, 수출제한 조치로 인해 국제 가격이 상승하면서 수입가격 및 국내 물가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이다. 게다가 러시아, 중국 등 세계 비료 수출 상위국의 수출제한 조치에 비료가 포함되면서 사료·식품업계 전반에서 비용이 증가하는 부정적 효과가 발생하고 있다.
주요국의 식량 및 비료 수출제한조치로 인한 가격 상승이 품목별 국내 물가에 미친 영향에 대한 무협 분석 결과, 수출제한 이후 곡물, 유지, 비료 가격은 각각 45%, 30%, 80% 인상됐다. 특히, 국내 사료(13.6%), 가공 식료품(6.1%), 육류 및 낙농품(6%)이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았다. 곡물·식량작물(3.9%), 채소·과실(3.2%) 등 농산물 물가도 올랐다.
김나율 무협 연구원은 "식량 공급망 교란은 우리나라의 무역수지와 기업 채산성을 악화시키고 물가 상승을 부추길 것"이라며 "식량 공급망 안정화를 위해서는 관련 통계를 구축해 사전에 위험 품목을 파악하고 수입 대체선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장기적으로는 해외 농업개발을 확대해 안정적인 식량 공급망을 구축하는 데도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