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이 확산되고 있다. ESG 경영이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에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ESG란 환경(E), 사회(S) 및 지배구조(G)의 약자로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필요한 3가지 비재무적 핵심 요소를 의미한다.
주주자본주의에서는 주주 이익만 중시하게 돼 단기적 이윤 추구에 매몰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제는 단기적 재무수치가 아무리 좋더라도 환경을 파괴하거나 법률을 준수하지 않으면 소비자와 사회로부터 외면받아 순식간에 기업이 사라질 수도 있다. 지속가능한 성장에 비재무적 요소가 중요한 이유다. ESG가 기업의 평판과 관련돼 있기 때문이다.
ESG경영 평가 요소를 뜯어보면 법률 준수와 밀접히 관련돼 있다. 환경을 보호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근로자와 주주를 보호하려면 관련 법률을 위반해서는 안 된다. 그중 특히 기업들이 신경 써야 할 분야가 공정거래 관련 법이다.
대법원은 올해 5월 A사의 입찰담합행위에 대한 주주대표소송에서 감시·감독의무 태만으로 회사에 손해를 끼친 대표이사는 물론 사내·외이사들에 대해서도 배상책임을 인정했다. 위법행위를 지시하거나 위법행위에 적극 관여하지 않았더라도, 이제는 예방통제시스템을 도입하지 않았거나 작동시키는 노력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경우에도 책임을 지게 된 셈이다. 직원들이 저지른 위법행위를 몰랐다거나 지시 또는 관여하지 않았다는 변명은 더 이상 통할 수 없다. 위법행위 예방을 위하여 내부통제시스템을 마련하고 시스템이 잘 작동하도록 하는 준법경영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하는 이유다.
공정거래 자율준수프로그램(Compliance Program)은 기업이 공정거래 관련 법규를 준수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제정·운영하는 내부준법시스템을 말한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한국공정거래조정원은 공정거래 자율준수프로그램 도입을 도와주고 기업들로부터 신청을 받아 실질적 운영 여부를 매년 평가하고 있다.
우려스럽게도 공정거래 자율준수프로그램 도입 속도가 더디다. 최근 5년간 신규로 도입한 기업 수는 연평균 12개에 불과하다. 2001년부터 2016년까지의 연평균 41개에 비해 현저히 줄어든 수치다. 도입 속도가 느려진 건 비용 대비 효과 차원에서만 접근하는 기업들의 소극적 태도 때문으로 추정된다.
공정거래 자율준수프로그램은 법 위반 사전예방 기능뿐만 아니라 공정거래·소비자 보호·상생 등 ESG 경영의 핵심 요소들과 맞닿아 있다. ESG 경영과 마찬가지로 공정거래 자율준수프로그램도 기업의 평판과 직결된다. 공정거래 자율준수프로그램을 단기 차원의 비용으로 보지 말고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ESG 경영 관점의 투자로 접근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