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9일 유류세 인하 폭을 법적 최대치인 37%까지 확대키로 했다. 국제유가 급등으로 국내 휘발유 가격이 6주 연속 오르며 민생물가를 자극하고 있는 데 따른 비상조치다. 정부는 이날 추경호 경제부총리 주재 1차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현행 30%인 유류세 인하 폭을 7월부터 연말까지 37%로 확대 적용키로 했다. 이로써 휘발유 가격은 일단 ℓ당 57원 정도 낮아지게 되지만, 체감 물가경감 효과는 별로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비상경제장관회의는 글로벌 공급난에 따른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 및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이 단기간 내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하에 비상대책을 강구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첫 회의에서 유류세 인하 외에, 대중교통 신용카드 소득공제율을 80%까지 높이고, 화물차 택시 등에 대한 경유 유가연동보조금 지원폭을 함께 높이는 등의 조치를 내놓은 배경이기도 하다.
하지만 현재 복합위기가 주로 해외 변수로 인해 빚어지고 있는 만큼, 국내 조치만으로는 충분한 해결을 기대하긴 어렵다. 유류세 인하만 해도, 국제유가가 계속 상승하면 소비자로서는 결국 가격 부담을 감당해 나갈 수밖에 없다. 정부는 유가 외에, 이미 수입 및 국내 생산 농축산물에 대한 할당관세 0% 적용, 유통 관리 및 가격담합 점검 강화, 교육ㆍ교통ㆍ통신 등 생계비 부담 완화 방안을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역시 체감 물가상승 부담을 해소하기엔 역부족이다.
글로벌 긴축 대응도 실제론 통제불능 상황을 막는 미세조정(스무스 오퍼레이팅)에 주력할 수밖에 없다. 대출자 부담도 문제지만, 고작해야 주거비 공제 확대 등 세제 지원 정도가 남았을 뿐이다. 정부는 상반기 공공요금 인상을 자제한다고 하나, 전기료 인상은 설사 한전이 공지한 21일 인상이 일시 연기돼도 결국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창의적인 정책대응이 절실하지만, 국민도 물가와 긴축 고통을 당분간 감내할 수밖에 없다는 각오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