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9월 북한군에 피격돼 숨진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이 자진 월북한 것으로 판단된다는 중간수사 결과를 1년 9개월 만에 스스로 뒤집은 해양경찰이 "당시는 군 정보자산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해경 한 고위 간부는 18일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당시 (숨진 공무원이 월북을 시도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 국방부 발표와 (국방부가 제공한 북한 통신신호 감청정보 등) 첩보 자료에 따라 자진 월북이라는 중간수사 결과를 내놨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경은 2020년 9월 22일 해수부 서해어업지도관리단 소속 어업지도원 이모(사망 당시 47세)씨가 숨진 지 일주일 만인 그해 9월 29일 이씨가 자진 월북한 것으로 판단된다는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시는 국방부가 기자단과의 질의응답 시간에 이씨가 월북을 시도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힌 지 닷새가 지난 시점이었다.
국방부는 당시 "다양한 첩보를 분석한 결과 북한이 북측 해역에서 발견된 우리 국민(이씨)에게 총격을 가하고 시신을 불태우는 만행을 저질렀음을 확인했다"면서 북한의 만행을 규탄한다는 입장문을 냈다.
해경 고위 간부는 사건 발생 7일 만에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한 것에 대해선 "국민적 관심사가 큰 사안이어서 (수사) 초기 단계였지만 발표를 할 수 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는 "해경은 이후 불상의 북한군을 살인 혐의로 입건했지만 (남북 북단 상황에서) 직접 조사를 할 수 없어 결국 수사 중지를 했다"며 "심도 있게 수사를 했지만 월북의 고의성이나 명백한 증거를 발견할 수 없었고, 이를 토대로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해경청은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8년 8월 치안감으로 승진한 뒤 2020년 3월 치안정감을 거치지 않고 두 계급 승진해 해경청장(치안총감)에 임명된 김홍희 당시 해경청장이 '보은수사'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 적극 부인했다.
해경청 관계자는 "김 전 청장은 (내부 승진을 통해 해경청장을 뽑도록 한) 해양경찰법 시행에 따라 법과 절차에 따라 승진 임용된 것"이라며 "해당 승진 인사는 피격 사건이 발생하기 한참(6개월) 전에 이뤄졌다"고 말했다.
해경 조직과 직무 범위를 규정한 해양경찰법은 2020년 2월 시행됐다. 이 법은 치안감 이상 해경청 소속 경찰공무원과 해경에서 15년 이상 재직한 국가 경찰공무원 중에서 치안감 이상 계급을 지낸 경우에 한해 해경청장에 임명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경찰 치안정감이 승진해 해경청장에 임명되는 사례를 사실상 차단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