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에 치열해진 주유소 경쟁..."1원 더 싸게" VS "비싸도 서비스로 승부"

입력
2022.06.18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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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최고 경쟁지 시흥대로 가보니
"저렴한 가격은 기본, 리모델링·시설 투자"
"가격 경쟁보단 확실한 서비스로 차별화"


#1. 16일 오후. 서울 금천구 시흥대로 옆 SK박미주유소엔 차량들이 꾸준히 들어섰다. 인근 다른 주유소보다 규모는 작지만, 유가 정보판엔 주변에서 가장 낮은 휘발유 가격인 리터(L)당 2,085원이 제시됐고, 제휴 신용카드 할인 폭도 함께 적어 놓으며 가격 경쟁 우위를 강조했다. 평일 오후치고는 주유 차량이 많은 것 같다는 말에 박미주유소 관계자는 "2월 리모델링 후 새로 문을 열면서 셀프주유소로 전환, 가격 경쟁력을 높이고 세차 시설도 최신으로 개선했다"며 "가격도 낮추고 이용자 편의도 높이기 위한 방법"이라고 했다.

#2. 같은 날 인근 에쓰오일 백산주유소에선 화려한 분홍색 상의를 입은 직원들이 빠르게 움직이며 세차를 마치고 나온 승합차의 물기를 제거했다. 셀프주유소임에도 일부 직원들은 물론 사장까지 나서 주유를 도왔고, 그 사이 손님은 주유소 창구에 마련된 식음료 판매 창구에서 커피와 호도과자를 사서 차량으로 돌아오기도 했다. 이곳 단골이라는 송영갑(49)씨는 "동네 다른 주유소보다 리터(L)당 30~40원 정도 비싸지만 세차 뒤 서비스가 좋고 진입도 편해 이곳을 주로 찾는다"고 했다.

주유소들 사이의 가격 경쟁이 치열하기로 손꼽히는 서울 시흥대로 일대. 휘발유와 경유 모두 전국 평균 L당 2,100원을 넘나드는 비싼 기름값이 이어지면서, 손님들의 민감한 소비 심리를 충족시키기 위해 불꽃 튀는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구로와 금천구가 맞닿아 있는 시흥IC에서 1호선 석수역 앞까지 이르는 약 5㎞의 대로 변 구간에 있는 주유소만도 7개. 대로 변에서 한두 블록 벗어난 좁은 길(독산로 등)까지 포함하면 10개 넘는 주유소가 옹기종기 모여 저마다의 장점을 내세워 손님을 끌어 모으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셈이다.



5㎞ 대로에서만 7곳 경쟁…이 중 3곳이 최저가


주유업계에 따르면 이곳 인근에선 2010년 이후 무려 네 곳의 주유소가 폐업 또는 휴업할 정도로 경쟁이 치열했다. 박미주유소에서 만난 60대 박모씨는 "이 동네에선 낮은 가격 책정은 필수요, 서비스와 시설은 덤"이라며 "이곳은 기름값도 저렴하고, 시설이 깔끔해 찾게 된다"고 말했다.

실제 이곳 휘발유 가격 2,085원은 알뜰백운주유소, 금천셀프주유소와 같았지만 소비자 친화적 시설이 눈에 띄었다. ①SK에너지가 올해 '에너지 슈퍼스테이션 1호'로 지정한 박미주유소 뒤편엔 최신 시설의 내외부 세차 시설이 갖춰졌는데, 내부세차 시설 양쪽으로 전기차 충전소까지 마련됐다. 전기차를 충전하는 동안 차량 내부 공간을 청소할 수 있게 고려한 것이다. 이곳과 휘발유 값이 같은 ②알뜰백운주유소는 인근에서 가장 낮은 경유 가격(2,095원)을 내세워 경유 차량을 끌어 모았고, ③금천셀프주유소는 최저가 주유소 중 가장 넓은 주유 공간을 장점으로 삼았다.



가격 조금 높아도 확실한 서비스에 문전성시



가격 경쟁에 뛰어드는 대신 '확실한 서비스'로 고객을 끌어 모으는 곳도 있었다. ④2000년대 초반부터 '주유소 마케팅 성지'로 꼽혔던 백산주유소다. 휘발유 2,125원, 경유 2,165원으로 인근보다 다소 비쌌지만 전 직원 정규직화를 앞세운 친절함, 고속화한 자동세차, 저렴한 식음료 판매 등으로 무장했다.

이곳을 운영하는 문성필 대표는 "차량 한 대가 왔을 때의 수익은 (근처 주유소에 비해) 적을 것으로 보지만 직원들에게 소속감을 주고 지역 사회공헌 등으로 사업 가치를 풍부하게 키워가고 있다"며 "앞으로 친환경차가 늘면 주유업계 자체가 서서히 고사할 수밖에 없어 생존 전략을 꾸준히 찾아가는 중"이라고 했다.

김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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