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의힘 대선후보 시절 그 필요성을 여러 차례 강조하면서 주요 이슈로 떠오른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적용이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에서 또 한번 부결됐다. 올해 반대와 찬성 표 차이가 5표로, 지난해(4표), 재작년(3표)보다 더 벌어진 데다 문재인 정부 때 임명된 현 공익위원들이 내후년까지 임기를 유지하는 만큼 최소한 윤 대통령 임기 전반부 중 적용 가능성은 더욱 불투명해졌다.
그렇다면 업종별 차등적용이란 무엇일까. 업종별 차등적용이란, 업종에 따른 ①급여 지불 능력 ②근로 조건 ③생산의 차이 등을 고려해 제각각 다른 최저임금을 받게 하는 것이다. 남녀노소, 직업 등에 관계없이 모두가 똑같은 최저임금을 받고 있는 지금 체계와는 사뭇 다르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예전에도 했는데, 지금은 왜 안 되냐"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실제 우리나라는 최저임금이 도입된 첫해에 업종별 차등적용을 시행했지만, 그 결과는 좋지 않았다.
최저임금은 1988년 처음 적용됐는데, 당시 정부는 제도의 전면 적용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적용 범위를 '10인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제조업'으로 제한했다. 또 이미 벌어질 대로 벌어진 학력 간 임금 격차와 저임금 문제가 심각했던 탓에 단일임금 대신 저임금 그룹과 고임금 그룹 등 2개 그룹으로 나눠 최저임금을 적용했다. 저임금 그룹 업종은 식료품, 섬유∙의복, 가죽, 신발, 도기, 자기, 전기 기기, 기타 제조업 등 12개였고, 고임금 그룹은 음료품, 담배, 가구, 인쇄출판, 산업화학, 철강, 기계, 운수장비 등 16개 업종이다.
다만 저임금 그룹과 고임금 그룹이 속한 업종을 동시에 하는 경우엔 근로자가 많은 업종의 최저임금을 모든 사업장에 적용하도록 했다. 만에 하나 근로자 수로 따지기 어려울 경우엔 임금 총액이 많은 업종을 주된 업종으로 택하게 했다.
하지만 이 같은 저임금, 고임금 그룹의 구분은 오래가지 않았다. 제도가 시행되자마자 저임금 그룹에서 불만이 터져나왔고, 노사 간 충돌이 불거졌다. 이듬해부터 최저임금 적용 범위를 광업 및 건설업체 등으로 확대해야 하는데, 산업별로 임금을 결정하는 객관적 기준 설정이 어렵다는 점도 골칫거리였다.
결국 정부는 제도를 시행하고 두 달이 좀 지나서 "빠르면 내년부터, 늦어도 1990년부터 모든 업종에 동일한 최저임금액을 적용하겠다"며 한 발 물러섰다. 그리곤 1988년 9월 업종을 망라한 최저임금 단일화를 발표하고, 1989년부터 현재까지 단일 최저임금을 적용하고 있다.
사실 업종별 차등적용은 거의 매년 인상률 심의에 앞서 표결이 이뤄질 정도로 경영계의 숙원 사업 중 하나다. 최저임금법에도 '사업의 종류별로 구분해 정할 수 있다'고 나와있어 현실적으로 아주 불가능하지도 않다. 때문에 사용자 측에선 줄곧 최임위에 "법적으로 보장된 것을 시행하는 데 있어 책임을 방기하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2017년에는 이 문제를 두고 사용자와 노동자 사이의 갈등이 극대화되면서 관련 연구를 수행할 태스크포스(TF)가 꾸려지기도 했다. 노동자와 사용자, 공익위원이 추천한 전문가 18명으로 구성된 TF는 넉 달 넘게 연구한 끝에 업종별 차등적용을 반대한다는 뜻을 내비쳤다. ①최저임금 취지상 업종별 구분 적용의 타당성을 찾기 어렵고 ②업종별 구분을 위한 합리적 기준이나 이를 뒷받침할 통계 인프라가 없을 뿐 아니라 ③저임금 업종의 낙인 효과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후 표결에 부쳐질 때마다 결과는 비슷했다. 최근에는 도리어 표차가 더 벌어지기도 했다. 2021년 찬성 11표에 반대 15표, 2020년에는 찬성 11표에 반대 14표로 부결됐는데, 올해는 찬성 11표에 반대가 16표로 늘었다. 사용자-근로자 위원 간 팽팽한 균형 속에 칼자루를 쥔 공익위원들이 반대표를 던진 것이다.
최임위 27명 중 3분의 1을 차지하는 9명의 공익위원들은 지난해 5월 임기가 시작됐으니 2024년 5월까지 공익위원으로 일한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당장 내년은 물론 윤 대통령 임기 3년차까지도 업종별 차등적용이 시행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