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 악재만 잔뜩…정부도 '경기 둔화 우려' 공식화

입력
2022.06.17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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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이후 약 2년 만에 부정적 판단
글로벌 긴축·우크라 전쟁, 전망은 더 어두워
한국 경제 버팀목 수출도 불안

정부가 코로나19로 가라앉았다가 지난해 회복세를 보였던 한국 경제를 두고 다시 꺾일 가능성이 있다고 공식 진단했다. 고물가,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글로벌 긴축 등 대내외 악재가 잔뜩 쌓여 있는 데다, 우리 경제를 그나마 견인하고 있던 수출마저 흔들릴 조짐을 보이고 있어서다.

기획재정부는 17일 발간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6월호'에서 경제 상황에 대해 "대외여건 악화 등으로 높은 물가 상승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투자 부진, 수출 회복세 약화 등 경기 둔화가 우려된다"고 총평했다.

기재부가 한 달마다 제시하는 공식 경기 진단인 그린북에서 '경기 둔화'를 적시하는 부정적인 판단을 내린 건 국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한 2020년 초반 이후 약 2년 만이다. 기재부는 그해 3월과 5월에 각각 '경제 활동 위축', '실물경제 하방 위험'이란 표현을 사용하면서 경기 후퇴 가능성을 언급했다.

4월 말부터 사회적 거리두기 전면 해제로 내수 경기만 나아지고 있을 뿐 전반적인 경제 지표 성적은 하락세다. 5월 물가 상승률은 13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5.4%를 기록하고, 설비투자는 지난 2월부터 3개월 연속 뒷걸음질쳤다. 코스피 지수는 이날 1년 7개월 만에 처음으로 장중 2,400선을 밑돌았다.

앞으로의 전망은 더 어둡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한꺼번에 0.75%포인트 올린 '자이언트 스텝'을 재차 예고하고 있어 세계 경제는 보다 움츠러들 것으로 보인다. 휴전 기미가 보이지 않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도 국내외 경제를 계속 위협하는 요인이다.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 역시 이달 들어 10일까지 전년 대비 12.7% 감소하는 등 불안하다. 화물연대 파업까지 겹치면서 지난해 3월부터 15개월 연속 두 자릿수를 기록해 온 수출 증가율은 이번에는 달성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이승한 기재부 경제분석과장은 "물가 상승, 글로벌 긴축 정책 가시화 등은 중기적으로 기업 투자, 가계 소비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라며 "경기 둔화 우려라는 경기 판단은 그만큼 정부의 경계심이 높아졌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박경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