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구 조정안 日자민당에 '불똥'...아베 vs 하야시 충돌 불가피

입력
2022.06.17 19:30
자민당 텃밭 지역구 줄어들자 당내 분란 조짐
당내 거물정치인 지역구 겹쳐 갈등 내재
지역구 늘어나는 야당은 '환영'

지역별 유권자 수 대비 국회의원 수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일본 중의원 선거구 조정 권고안이 16일 공개됐는데, 주로 ‘자민당의 아성’으로 여겨지는 지역의 선거구 수가 줄어드는 결과가 나왔다.

특히 아베 신조 전 총리와 하야시 요시마사 외무장관, 기시 노부오 방위장관 등 거물 정치인의 텃밭인 야마구치현도 선거구가 줄어들 것으로 보여, 추후 공천을 놓고 자민당 내 암투가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선거구 감소 지역 중 4개 현은 자민당 독식 지역

17일 요미우리신문과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정부의 중의원 선거구 획정 심의회는 전날 기존 중의원 선거구 중 총 10개 선거구를 줄이고 10개를 늘리는 방식의 선거구 개편안을 확정하고 기시다 후미오 총리에게 권고했다.

인구가 많아진 곳의 의원수를 늘리고 줄어든 곳은 의원수도 줄이는 방식이다. 인구는 도시에 집중되는데 지역별 의원수는 조정되지 않아 최근 중의원 선거에서 지역별 ‘한 표의 가치 차이’가 2배 넘게 벌어졌고, 이는 ‘위헌 상태’라는 최고재판소(대법원)의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번 개편안대로 실행될 경우 한 표의 격차는 1.999대 1이 되어 가까스로 위헌 상태는 면하게 된다. 다만 지금도 도시나 수도권지역으로 인구 집중이 계속되고 있어, 앞으로 10년, 20년 후에는 또다시 조정이 이루어질 전망이다. 이와 관련, 인구 감소가 진행되는 지역에 현직 의원이 많은 자민당은 “지역의 민의를 반영하지 못하게 된다”며 선거구 조정에 불만을 표해 왔다.

실제로 이번에 선거구가 줄어드는 지역 중 △시가 △오카야마 △야마구치 △에히메현 등 네 곳은 자민당이 중의원 전 의석을 독점하는 ‘보수의 아성’이다. 선거구 수가 줄어들면 누군가 한 명이 은퇴하지 않는 한 1명은 지역구 공천을 받지 못한다.

야마구치현, 자민당 거물 정치인 포진... "피로 피를 씻어내는 다툼" 예상

특히 선거구가 네 곳에서 세 곳으로 줄어드는 야마구치현은 거물 정치인들이 많아 전부터 관심의 대상이 돼 왔다. 개정안에 따르면 아베 전 총리의 지역구인 4구가 하야시 장관의 지역구인 3구 일부와 합쳐 ‘신3구’가 된다. 신3구에 포함된 시모노세키시는 과거 중선거구 시절에 아베의 부친인 아베 신타로와 하야시 장관의 부친 하야시 요시로가 표를 다툰 적이 있는 곳으로, 두 집안은 오랫동안 지역 내 라이벌이기도 하다.

요미우리는 “당내에는 네 명 중 정치력이 가장 약한 1구의 고무라 마사히로 재무 정무관이 포기하면 원만히 해결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고무라는 아소파 소속이므로 파벌 간 다툼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아사히신문은 “피로 피를 씻어내는” 공천 다툼이 될 수 있다는 자민당 관계자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와카야마현도 불씨... 입헌민주당·공명당은 선거구 조정 환영

아베 정권에 이어 스가 요시히데 내각까지 자민당 내 오랜 실세였던 니카이 도시히로 전 간사장의 지역구가 있는 와카야마현도 갈등의 소지가 있다. 개편안에 따르면 와카야마현 선거구가 3개에서 2개로 줄어드는데, 설상가상으로 세코 히로시게 참의원 간사장이 지난 3월 총리를 목표로 중의원 전환 의향을 밝혔기 때문이다. 세코 간사장의 지역구는 니카이 전 간사장 지역구와 겹친다. 요미우리는 니카이가 간부가 “만약 세코씨가 진심이라면 니카이파 영수의 목을 가지러 온다는 것으로, 큰일 난다”고 견제했다고 전했다.

반면 자민당 이외 정당은 환영하는 분위기다. 특히 선거구가 5개 늘어난 도쿄도에선 자민당의 세가 상대적으로 약하기 때문에 입헌민주당 등 야당뿐 아니라 도시에서 지지층이 강한 공명당도 후보를 공천할 생각이라고 아사히는 전했다.

도쿄= 최진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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