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스웨덴 게이트'가 보름 남짓 인터넷 여기저기를 달궜다. 스웨덴 친구 집에 놀러갔는데 끼니때가 되자 혼자만 방에 남고 그 집 식구들끼리만 식사했다는 얘기다. 설마 그랬겠느냐 싶지만 친구나 손님을 대하는 태도로 보면 대강 북유럽, 네덜란드, 북독일 등지가 비슷한 분위기다. 유럽이라도 남쪽으로 갈수록 친구나 손님이 놀러오면 밥을 먹인다는데, 아시아, 아프리카, 남아메리카의 많은 곳도 비슷할 테고, 아무래도 북유럽 근방이 예외일 듯싶다.
유럽에서 인구가 많고 땅이 넓은 축에 끼는 독일,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스페인은 나라 안에서도 지역색이 뚜렷해서, 한 나라의 국민성이나 민족성이 이러저러하다고 단정 짓는 것은 조금 위험하다. 그러나 유럽을 게르만, 라틴, 켈트, 슬라브 등 언어·민족·문화적으로 나누면 각 권역마다 어느 정도는 특색을 보인다. 북유럽보다는 덜하지만 남독일, 스위스, 오스트리아, 북프랑스, 벨기에, 잉글랜드 등지도 그냥 놀러온 친구한테는 끼니를 안 챙겨주는 편이라 한다. 흔히 유럽 하면 머릿속에 떠오르는 나라들이며, 실제로 유럽의 핵심 지역인 '파란 바나나(Blue Banana: 파랑은 유럽연합 깃발 색깔이며 지도에서 그 대도시권을 이으면 바나나 생김새)'라 불리는 곳과도 얼추 겹친다.
북유럽과 독일어권, 영어권을 비롯한 게르만 문화권은 다른 지역과 견주면 사람들 성격이 다소 차가운 편이다. 그 사람들이 특별히 매정한 것이 아니라, 관계보다는 과제 지향적이며, 개인주의적이고, 즉흥적이지 않고 계획적이며, 시간관념이 빡빡한 편이다. 그래서 손님 식사 대접을 미리 계획해야 한다고 여기기에 좀 튀는 모습을 보이는 듯싶다. 스웨덴인들이 유별나게 쌀쌀맞아서 밥도 안 주는 것은 아니고, 손님 초대를 어떻게 보느냐의 차이일 것이다.
나는 예정 없이 친구네에 들르는 경우도 딱히 없지만 어쨌든 혹여 그러더라도 밥을 얻어먹는 게 꼭 내키지는 않는다. 친구의 가족한테는 불편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 가족과 일면식도 없으면 나도 거북하다. 물론 예정된 초대라면 다르고, 그냥 찾아갔더라도 친구 가족이 친절을 베풀면 얻어먹는 게 그렇게 어려움을 무릅쓸 일도 아니다. 이런 관점에서 상당수 북유럽 사람들 딴에는 상대방을 배려해서 억지로 밥을 먹이지 않는 것일 수도 있겠다. 한국 사람이라고 해도 누구나 언제든지 대접을 받기를 바라는 것도 아니다. 그러니까 어쩌다 찾아간 집에서 거기 식구끼리만 밥을 먹는다면 나름대로 사정이 있겠거니 하고 넘어가면 될 것 같다.
몇 해 전에 노르웨이에 갔을 때 두 집에 초대받아 저녁 식사를 함께한 적이 있다. 그 나라 사람이 원래 대개는 붙임성이 좀 없지만, 손님으로 찾아간 나는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고마웠다. 북유럽 사람이 바이킹 후예라서 뺏어먹기만 한다는 둥, 옛날에 가난해서 그런 관습이 남았다는 둥은 별로 근거가 없고, 나라나 문화권마다 무게를 두는 가치가 조금씩 달라서 생길 만한 해프닝 같은 문화 충돌이다. 누구든 선입견이야 완전히 버릴 수야 없으나 특정 집단을 뭉뚱그려 보지 않으려는 태도도 중요하다. 손님 환대를 넘어, 어떻게 우리가 약자나 소수자, 이방인도 감싸면서 함께 어울려 인류 공생을 도모할지 이참에 생각해본다면 이 '스웨덴 게이트'로 더 넓은 문이 열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