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구 교수 "법인세 인하로 투자가 늘고 물가가 안정? 이론적 근거 없다"

입력
2022.06.17 10:30
이준구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윤석열 정부 '대기업 세금 감면' 정책 논거 비판
①투자 증가? "투자는 조세보다 다른 요인이 결정"
②물가 안정? "이윤극대화 생산량 법인세와 무관"

윤석열 정부가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하면서 법인세 최고세율을 25%에서 22%로 인하할 방침을 밝힌 가운데 재정학 분야의 국내 권위자인 이준구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가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나온 '법인세 인하를 통해 투자가 늘고 물가가 안정된다'는 주장을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이 교수는 16일 자신의 개인 홈페이지에 공유한 글에서 "윤석열 정부 경제정책은 지금까지 나온 정보를 종합해 본다면 대체로 신자유주의 정책의 아류라고 말할 수 있다"면서 "감세정책이 마치 만능의 약인 것처럼 선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우선 이 교수는 ①법인세율 인하로 투자가 늘어날 것이라는 주장에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법인세율 인하가 투자의 획기적 증가를 가져올 것이라는 연구 결과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시카고대학의 오스탠 굴스비 교수는 법인세상의 투자 유인 제공이 투자촉진 효과는 별로 내지 못하면서 (세수 감소 같은) 비용이 많이 드는 비효율적 정책이라는 결론을 내고 있다"면서, 그 이유로 "기업의 투자행위에는 조세 이외의 다른 요인들이 상대적으로 더 많은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교수는 ②감세론자의 주장 중 더욱 황당한 것은 법인세율 인하가 인플레이션 억제에도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 거라는 것이라면서 "법인세율을 낮춰주면 기업 비용이 절감되어 생산과 공급이 늘어나 물가가 안정될 것이라고 주장한 것이 그 예"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이런 주장은 "경제학의 기본을 모르는 사람만 할 수 있는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법인세는 수입에서 비용이 빠진 후 나타나는 이윤에 부과하는 것이기 때문에 기업의 비용과 무관하고, 기업의 가장 효율적인 생산량 수준은 법인세와 상관 없이 동일하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이윤극대화를 추구하는 기업이 선택하는 상품 생산량은 법인세가 부과되든 부과되지 않든, 또 법인세율이 높든 낮든 간에 언제나 일정한 수준에서 변화하지 않는다"면서 "법인세율을 낮추면 생산량이 늘어날 것이라는 예측은 아무런 이론적 근거를 갖지 못하는 희망사항일 뿐"이라고 밝혔다.

이 교수는 "우리 사회에 아무 근거 없는 주장이 판을 치고, 소위 경제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들조차 그런 주장들을 서슴지 않고 하는 것을 볼 수 있다"면서 "만약 정책이 이런 허황된 주장에 흔들린다면 그 귀결은 구태여 말할 필요조차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석열 정부의 대기업 법인세 최대세율 인하 정책은 정치권의 쟁점 중 하나로 비화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의 '물가 및 민생안정 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류성걸 의원은 17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법인세율은 세계적으로 인하하는 추세"라고 주장하면서 "법인세를 낮춰주게 되면 해외로 나가고 있는 투자를 국내로 돌릴 수 있고, 고용이 창출되고 또 세수 기반이 확보되는 선순환 구조가 있다"라고 주장했다.

반면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같은 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법인세 인하는 이명박 정부 때 했던 이야기와 동일하다"라면서 "법인세가 줄어든다고 투자가 반드시 늘어난다고 볼 수 없고, 나라별 상황을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업의 투자 행위에 조세보다는 다른 요인이 작용한다는 이준구 교수의 비판과 유사한 지적이다.

인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