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출신 한국계 배우 하예린이 꿈을 위한 여정을 이어가는 중이다. 국내에서 낯선 연기자이지만 호주에서 한국으로, 또 한국에서 할리우드로 영역을 확장하면서 연기자로서 한층 발돋움했다.
지난 16일 하예린은 본지와 화상으로 만나 티빙·파라마운트+ 오리지널 '헤일로'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작품은 26세기를 배경으로 인류와 인류가 만들어낸 최강의 전사 마스터 치프와 외계 종족 코버넌트의 갈등을 다뤘다. 압도적 스케일의 액션과 모험, 미래에 대한 무한한 상상력, 그리고 인물 간의 풍성한 드라마를 함께 엮어낸 액션 블록버스터 시리즈다. 주연을 맡은 하예린은 호주 출신의 한국계 배우이자 원로배우 손숙의 손녀다. 미국 ABC 시리즈 '리프 브레이크'로 데뷔한 후 호주 시드니 연극 무대에서 활동했다.
'헤일로'에서 하예린은 마드리갈 행성에 살고 있는 반란군의 리더 진 하의 딸 관 하 역으로 분했다. 관은 코버넌트의 습격으로 가족과 친구를 잃었지만 마스터 치프(파블로 쉬레이버)의 도움으로 목숨을 구한 뒤 위험을 무릎 쓰고 고향으로 돌아가 그 곳의 비밀과 자신의 운명을 깨닫게 되는 인물이다.
호주 시드니에서 태어난 하예린은 연기를 하기 위해 할머니의 나라인 한국에 왔다. 예술고등학교에서 3년을 다니면서 한국 문화를 자연스럽게 체화했다. 그 덕분에 이날 인터뷰에서도 능숙한 한국어 실력을 발휘한 하예린이다. 그가 '헤일로'에 합류하게 된 과정은 특별했다. 졸업 공연을 하던 중 우연히 SNS로 진행되는 '헤일로' 오픈 캐스팅콜을 알게 됐고 7개월 뒤 합격 통보를 받았다.
합격 통보를 받았던 당시 기분을 묻자 하예린은 "너무 쇼크를 받았다. 말도 못 했을 정도다. 촬영장 갔을 때도 아직도 믿어지지가 않았다. 너무 꿈 같았던 느낌이었다. 전 세계 시청자는 물론 한국 시청자들도 만나게 돼 너무 뿌듯하고 영광이다"라면서 벅찬 소감을 밝혔다.
"신인 배우다 보니까 이런 기회를 갖게 된다는 것만으로도 좋았습니다. 할리우드에 동양 캐릭터가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꼭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저는 앞으로 젊은 동양 배우들을 위해서 기회를 더 만들고 싶어요. 프로덕션 컴퍼니 혹은 학교 프로그램을 만들고자 하는 목표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동양 배우들이 더 많은 기회를 가질 수 있길 바라요."
하예린은 어린 시절부터 외할머니인 손숙에게 큰 영향을 받았다. 손숙의 연극을 관람하면서 배우라는 꿈을 갖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고 자란 호주에서 동양 배우의 활동 범위가 약하다는 것을 깨닫고 곧바로 한국행 티켓을 끊었다. 성인이 된 후 할리우드 속 동양 배우들의 입지의 변화를 인식하고 다시 더 큰 세계로의 여정을 시작했다.
앞서 손숙은 한 예능에 출연을 해 손녀의 활동을 언급하기도 했다. 하예린은 손숙의 반응에 대해 "할머니는 손녀가 배우가 됐다는 것에 대해 기뻐하셨다. '하예린이 손숙의 손녀가 아니라 내가 하예린의 할머니가 되겠다'는 말씀을 하더라. 할머니는 피드백보다 '잘했다, 열심히 했다' 정도로만 말씀하신다. 함께 어떤 작품을 하길 바라는 마음이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
오디션을 보고 캐스팅 소식을 듣기까지 7개월이 걸렸다는 과정을 자세히 들을 수 있었다. 첫 오디션으로 1분 자기 소개를 준비한 하예린은 다른 참가자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해 소리 삽입 등 다양한 콘텐츠를 넣었고 당당히 합격을 거머쥐었다.
하예린은 캐릭터를 위해서 6주 동안 식단부터 운동까지 조절하면서 싱크로율을 높였다. 원작을 사서 읽으면서 세계관에 대한 이해도도 높였다. 현장에서 연기에 대한 어려움을 느낄 때 하예린이 선택한 것은 "자신감 있는 척"이다. 그는 이번 작품을 경험한 후 SF 장르 드라마가 많은 어려움 속에서 진행된다는 것을 새롭게 깨달았다면서 웃음을 터트렸다.
해외에서 활동 중인 동양인 배우가 연기할 수 있는 기회는 매우 적은 편이란다. 그렇기에 하예린에게는 모든 기회가 소중했고 도전의 장이었다. 하예린은 "연극을 사랑했기 때문에 배우가 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외국 작품에서 동양인 역할이 생기면 그냥 잡아야 된다. 모든 기회를 잡고 도전하자는 마음가짐이 있었다. 드디어 이제 사람들이 동양 배우들을 이렇게 인정해 주는 게 너무 좋다. 앞으로 더 많은 기회가 열리길 바라는 마음이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하예린은 한국 문화에 대한 애정을 인터뷰 내내 밝혔다. 가장 최애로 뽑은 작품은 드라마 '꽃보다 남자'와 '시크릿 가든'이다. 이에 하예린은 "한국 드라마를 정말 좋아한다. 현빈을 너무 사랑했다. 또 송강호가 정말 연기하는 게 너무 재미있다. 봉준호 감독의 작업물도 많이 보는 편"이라면서 열렬한 팬심을 드러냈다.
다만 그에겐 한국 감독·배우들의 활약 속 부담감을 느끼기도 했다고 털어놓았다. 촬영 당시 봉준호 감독이 '기생충'이 오스카 상을 받았고 또 현장에서 그룹 방탄소년단의 노래가 울려퍼질 때 한국 콘텐츠의 인기를 다시금 실감하게 됐다. 하예린은 "동양인 배우 중 롤모델은 송강호다. '킬링 이브'도 정말 재미있게 봤다. 한국계 배우라는 점에서 자부심도 있었지만 부담감이 더 생겼다. 제가 아무래도 완벽주의자다. 한국 사람들이 너무 잘 하고 있어서 내가 실패하면 안 되겠다는 부담감을 느꼈다"고 고백했다.
"'헤일로'로 상업 작품 데뷔를 앞두게 됐고 부담감이 정말 많았어요. 촬영을 하면서 부담감을 열심히 하는 마음으로 바꿨어요. 제가 색칠하고 싶은 대로 색칠하고 열심히 해야겠다고만 생각했습니다. 그저 최선을 다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