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이 지난해 누적된 13조 원대 적자폭을 메꾸기 위해 출자 지분 및 부동산을 매각하고 해외 사업 구조조정에 세부 계획을 발표했다. '팔 수 있는 건 다 판다'는 기조로 6조 원 규모 자금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다.
한전은 16일 이런 내용을 담은 '전기요금 인상요인 최소화를 위한 한전의 재무개선 및 경영혁신 노력'이란 제목의 자료를 발표했다. 앞서 한전이 지난달 18일 전력그룹사 비상대책위원회를 열고 재무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내용을 구체화한 것이다.
한전은 재무 개선을 위해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전담 조직(가칭 비상경영추진실)을 신설해 자산매각 등을 관리하고, 정부가 재무위험기관으로 선정할 경우 등에 대비하기로 했다.
추가 영업손실을 줄이고 재무건전성을 되살리기 위한 방안도 내놨다. 한전기술 지분 14.77%(약 4,000억 원) 매각과 신안태양광 출자 지분은 유상감자 등으로 8,000억 원을 마련할 계획이다.
해외 석탄발전소와 광산 등 해외 사업 정리로 1조9,000억 원을 마련한다. 필리핀 현지 전력회사(SPC)와 함께 세부 지역에 구축한 화력발전소, 발전사가 보유한 해외 석탄광산, 해외 석탄발전 사업 등 경영권을 유지하는 범위 내에서 지분 일부를 팔거나 정리할 계획이다.
보유 부동산도 판다. 경기 의정부변전소 잔여 부지 등 즉시 매각이 가능한 3,000억 원 규모 부동산 15개소 중 2개소를 84억 원에 매각했고, 1,000억 원 상당 부동산 1개소에 대해선 입찰이 진행 중이다. 한전기술 용인사옥도 1,000억 원에 팔았고, 사택과 유휴 부지 등도 매각 절차가 진행 중이다.
이 밖에 신재생에너지 건설 사업 등의 투자사업 시기를 조정해 2조6,000억 원을 마련한다. 연말까지 1조 원 규모 투자비 조정도 추진한다. 발전소 안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경상 경비를 아껴 7,000억 원을 절감하는 등 긴축 경영으로 연말까지 1조5,000억 원의 비용을 절감할 계획이다.
공공성 유지가 가능한 선에서 한국가스공사와 지역난방공사 지분을 산업은행 등 국책금융기관에 양도해 유동성을 확보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사채 발행 한도를 확대하기 위해 한국전력공사법 개정도 연내 추진할 계획이다.
특히, 전기 시장 가격 안정화를 위해 발전사의 기대 이익과 연계한 용량 요금 제도의 세부 설계안을 마련하고, 전력도매 시장에 가격입찰 제도를 도입해 시장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도 추진한다.
발전업계 등에선 "한전이 정부에 요금체계 개편을 본격적으로 요구하기 앞서 자구책을 시행하며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