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축 아니면 꽃마차행… "퇴역 경주마도 법적 보호해 주세요"'라는 제목으로 보도(10일)한 애니청원에 포털사이트와 한국일보닷컴, 동물자유연대, 제주비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공감해 주신 분이 500명을 넘었습니다.
1년에 1,000마리가 넘는 퇴역 경주마는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습니다. 은퇴 후 바로 도축되거나 꽃마차, 영상 촬영 등에 동원되며 학대 받다 생을 마감하고 있는데요.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25일 발의한 동물보호법 일부개정안 통과와 퇴역 경주마 복지 체계 구축을 촉구하는 내용에 많은 이들이 공감해주셨습니다. 동물보호법 일부개정안에는 경주마, 싸움소 등 사행산업에 이용됐다 퇴역한 동물의 복지 계획을 정부가 세우자는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경주마를 관리하는 농림축산식품부에 퇴역 경주마를 위해 준비 중인 대책을 물었습니다. 재활승마지도사와 승마지도사로 활동하는 김정현 대한재활승마협회 이사는 퇴역 경주마 해외 복지 제도를, 김란영 제주비건 대표와 정진아 동물자유연대(동자연) 사회변화팀장은 퇴역 경주마 산업에서 시급히 개선해야 할 과제를 설명했습니다.
-퇴역 경주마를 위해 정부는 어떤 대책을 마련하고 있나요.
"올해 2월 열린 '경주마 전 생애 복지체계 구축을 위한 국회 토론회'에서 거론된 내용을 정책에 반영할 수 있도록 심도 있게 검토해왔습니다. 5월에는 경마산업 관계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퇴역 이후 용도미정으로 분류된 말들이 어떻게 관리되는지 실태조사가 먼저라는 데 의견이 모아졌습니다. 오는 9월 퇴역경주마를 포함 전체적인 경주마 산업 실태조사 이후 구체적 방안을 마련하려 합니다." (농림축산식품부 축산정책과 관계자)
-퇴역 경주마를 위한 해외 복지시스템은 어떤가요.
"영국은 조교사들 중심으로 퇴역경주마 재훈련 단체 ROR(Retraining of Racehorses)를 만들어 퇴역 경주마를 승용마로 전환시키기 위한 교육을 합니다. 이들의 궁극적 목적은 퇴역 경주마의 숫자와 새로운 삶의 기회를 얻는 말의 숫자를 일치시키는 겁니다.
미국도 조교사들 주도로 퇴역 경주마 복지를 위한 경마 수수료를 부과하는 체계를 만들었습니다. 이 기금은 퇴역 경주마를 인수하고 부상을 치료하는데 쓰이는데요. 또 승용마로 재사회화된 퇴역 경주마만 참가할 수 있는 승마대회가 연 350회나 열립니다.
두 나라가 퇴역 경주마 복지를 위한 제도를 마련한 것도 의미가 있지만 경마 관계자들인 조교사들이 주도했다는 점이 더 중요합니다. 관계자들이 더 이상 동물학대, 착취를 통한 경마 산업은 존속할 수 없다는 위기감을 느끼고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는 겁니다." (이하 김정현 이사)
-해외 복지시스템 가운데 우리나라에 적용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까요.
"우리나라 경마 산업 관계자들도 경주마를 물건처럼 사용하고 학대한다면 경마 산업이 더 이상 지속될 수 없다는 위기감을 느껴야 합니다. 해외에서도 관계자들의 변화를 가져온 것은 내부 자성도 있지만 이를 꾸준히 감시하는 동물단체, 시민들의 관심 영향이 컸는데요.
국내에서는 KBS드라마 '태종 이방원'에 동원됐다 숨진 '마리아주'로 인해 퇴역 경주마 문제가 알려졌지만 아직 모르는 시민도 많습니다. 경마 산업 관계자들이 경주마 복지를 위해 변화할 수 있도록 동물단체와 시민들이 꾸준히 관심을 가졌으면 합니다."
-제주비건이 퇴역 경주마를 위한 활동을 하고 있는데 구체적으로 소개해주세요.
"2월 국회 토론회에 참여했던 말 전문가와 단체들이 경주마학대방치포럼(가칭)을 만들어 퇴역 경주마 전 생애 복지체계 구축을 위한 법과 제도를 논의하고 있습니다. 또 경주마의 현실을 알리는 캠페인도 계획 중입니다.
지난해 11월부터 매월 둘째 주 토요일에는 제주 경마공원부터 말 도축장까지 걷는 '도축장 가는길' 행진을 하고 있는데요. 참여한 시민들은 퇴역 경주마의 처우에 분노하고, 이들을 위한 법,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 있습니다." (김란영 제주비건 대표)
-퇴역 경주마 문제 가운데 가장 시급히 해결돼야 하는 점은 뭔가요.
"경주마들이 과잉 번식되고 그 중 상당수가 도태되고 있습니다. 또 국내 경주마 중 70% 이상이 4세 이하에 은퇴를 하지만 이들의 복지를 위한 법과 제도는 없습니다. 퇴역 경주마를 포함 국내 말 산업의 복지실태를 조사하고, 은퇴한 경주마를 포함하도록 말 이력제를 확대 추진해야 합니다. 또 경주마의 과잉 번식을 막고, 경주마 전 생애 복지에 초점을 맞춰 법과 제도를 정비해나가야 합니다." (정진아 동자연 사회변화팀장)
"지난 5년간 매해 평균 1,400마리의 경주마가 퇴역하고 있지만 은퇴 이후 어떤 질병∙부상으로, 어떤 방식으로 도태되고 있는지 알려지지 않고 있습니다. 정부와 한국마사회는 퇴역 경주마를 위한 기본적 체계부터 조속히 구축하고 그 정보를 시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해야 합니다." (김란영 제주비건 대표)
"퇴역 경주마는 생존 조차 위태롭습니다. 복지를 논하기 전 먼저 생존권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사람의 오락을 위해 이용한 만큼 은퇴 후에는 편안하게 지낼 수 있도록 해줬으면 합니다. 지금은 은퇴한 말 70%가 어디로 가는지 알 수조차 없습니다. 이는 퇴역 경주마뿐 아니라 고기를 위해 길러지는 비육마 등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든 말의 이력관리를 의무화해야 합니다." (김정현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