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대장주가 임시 휴업에 들어가면서 글로벌 팝 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방탄소년단의 그룹 활동 중단 선언 후 15일 하이브 주가는 매출 감소 우려로 20% 이상 폭락하며 직격탄을 맞긴 했으나 K팝 시장 자체는 BTS 공백에도 불구하고 건재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방탄소년단은 지난 10일 앤솔로지(선집) 앨범 '프루프' 발매와 신곡 홍보 방송활동을 끝으로 멤버들의 솔로 활동 체제로 바뀐다. 소속사 하이브는 "팀 활동과 개별 활동을 병행할 것"이라며 수습에 나섰지만 멤버들이 각자 솔로 활동에 전념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데다 맏형 진이 올해 말까지 군에 입대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7명 전원의 팀 활동은 최소 2, 3년간 어려울 전망이다. 한 K팝 기획사 관계자는 "방탄소년단이 지난 2년간 평소 콘셉트와 다른 '다이너마이트' '버터' '퍼미션 투 댄스' 같은 영어 곡을 잇따라 낸 건 미국 빌보드 1위, 그래미어워즈 수상 등과, 그에 따른 군 면제를 노린 것으로 볼 수 있다"며 "현실적으로 군 면제가 어려워진 만큼 멤버들이 차례로 군에 입대한 사이 다른 멤버들이 솔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전략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멤버들이 솔로로 나설 경우 그룹 활동만큼 폭발적 인기를 모을 수 있을지는 지켜볼 대목이다. 지난해 하이브 매출에서 방탄소년단 비중이 67%에 이를 정도로 절대적인 상황에서 시장의 반응은 일단 부정적인 쪽으로 기운 셈이다. 가온차트에 따르면 방탄소년단의 연간 음반판매량(수출량 포함)은 2017년 272만 장에서 2020년 930만 장으로 급증했고 정규 앨범을 발표하지 않은 지난해에도 740만 장을 넘어섰다. 올해는 '프루프'가 발매 첫날에만 200만 장 이상 팔릴 정도로 큰 관심을 모아 1,000만 장 돌파도 가능한 상황이다. 하이브의 주가 폭락은 멤버들의 솔로 활동이 이를 대체하기에 역부족이란 우려가 반영된 것이다.
하지만 업계에선 BTS의 그룹 활동 중단이 K팝 전체의 글로벌 매출에는 큰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진우 가온차트 수석연구위원은 "K팝 시장이 커지면서 방탄소년단이 차지하는 비중은 점점 줄고 있다"며 "블랙핑크, 세븐틴, 트와이스, 에이티즈, 스트레이키즈, 투모로우바이투게더 등 허리층이 두꺼운 데다 신인 그룹들도 급성장하고 있어서 방탄소년단의 솔로 활동이 K팝 시장의 음반 판매나 공연 수익에 주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전체 음반 판매량 중 방탄소년단 비중은 2019년 24%로 정점을 찍은 뒤 2020년 22%, 지난해 13%로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방탄소년단 음반 판매량이 늘어나는 속도 이상으로 K팝 음반 시장이 커지고 있어서다. 후발 K팝 그룹들의 성장세도 무섭다. 올 상반기 스트레이키즈는 빌보드 종합 앨범 차트 1위를 차지했고 세븐틴도 차트 톱10에 진입하는 성과를 거뒀다. 지난달 발매된 세븐틴 정규 4집은 첫 주에만 200만 장 이상 팔렸다.
해외 공연 매출도 마찬가지다. 걸그룹 트와이스는 올해 미국 투어에서 15만 관객을 모았고 일본에서도 단 3회 공연으로 15만 관객을 동원했다. 보이그룹 에이티즈 역시 상반기 유럽과 북미 투어에서 15만 관객을 모았다.
방탄소년단의 공연·음반 매출이 크게 줄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없는 것은 아니다. 김작가 대중음악평론가는 "그룹이 아닌 솔로 활동의 리스크도 있겠지만 7명이 한 팀으로 있을 때 드러나지 않았던 멤버들의 재능과 역량이 드러나면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낼 수도 있다"며 "그룹 활동 때만큼은 아니겠지만 솔로 활동으로 수입 창구의 다각화를 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방탄소년단의 연간 앨범 판매량은 발매된 지 1년 이상 지난 앨범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데다 멤버들의 솔로 앨범이 속속 나오면 전체 판매량에선 큰 차이가 나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엑소의 경우 멤버들의 군입대가 시작되기 전 발표한 정규 5집이 2018년 145만 장이 팔렸는데 메인 보컬 백현이 지난 2년간 낸 솔로 앨범 3개는 총 250만 장의 판매량을 기록했다.
방탄소년단은 올 하반기 제이홉을 시작으로 RM, 슈가, 뷔 등이 솔로 앨범을 낼 예정이다. 이규탁 한국조지메이슨대 교수는 "멤버들이 순차적으로 병역 의무를 마치고 다시 모여 활동하는 일은 이제 보이그룹 세계에서 일반적"이라며 "7명이 함께 활동하는 만큼의 성과를 내진 못하더라도 멤버들이 개별 활동에서 각자의 역량을 펼칠 수도 있고 다시 모였을 때 더 성숙하고 다양한 음악을 들려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