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수갑에 발목 결박 질식사... "물리력 행사 과도, 국가 배상 책임"

입력
2022.06.16 11:45
1·2심 모두 3억2000만원 배상 판결
"주의의무 위반과 사망 인과성 인정"

병원 이송 과정에서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사망한 정신질환자의 유족에게 국가가 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고법 민사35-1부(부장 이현우)는 16일 A씨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1심과 마찬가지로 "3억2,000만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A씨 가족은 2019년 1월 정신질환을 앓던 A씨가 이상증세를 보이자 소방과 경찰에 구조 요청을 했다. 가족은 A씨를 평소 다니던 병원에 이송하려 했지만, A씨는 흉기를 들며 거부했다.

경찰은 A씨를 제압하기 위해 테이저건을 쐈다. 저항을 멈추지 않는 A씨의 양손에 뒷수갑을 채웠고, 사설구급대원은 발목까지 묶었다. 침대에 엎드린 채로 방치된 A씨는 10분 뒤 의식을 잃었다. A씨는 급히 병원에 이송됐지만 무산소성 뇌손상으로 인한 뇌사 판정을 받은 뒤 그해 6월 사망했다.

"엎드린 자세로 머리에 압박... 질식사 가능성"

유족은 2020년 7월 국가를 상대로 5억 8,000만 원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경찰이 과도하게 물리력을 사용해 A씨가 숨졌으니 배상하라는 취지였다.

1심은 손해배상액을 3억 2,000만 원으로 산정했다. 재판부는 "A씨가 자신 또는 타인에게 해를 가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는데도 뒷수갑을 채우고 양발을 포박한 것은 법에서 정한 물리력 행사의 기준과 범위를 초과한 것"이라며 "경찰관들의 직무상 주의의무 위반과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또 A씨가 흉기를 여러 개 들고 있던 상황에 대해서도 "누군가를 공격하기 위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자신에 대한 공격적 상황에 심리적 공포를 느낀 상태에서 취한 행동"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사건 원인이 A씨의 이상 행동이었던 점을 고려해 유족이 청구한 금액의 50%만 배상액으로 인정했다.

박준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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