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동생에게 남긴 상속재산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70대가 유죄를 확정받았다. 형제인 부재자재산관리인이 처벌을 받은 이례적 사건이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A씨는 동생 B씨의 상속재산을 관리하는 부재자재산관리인으로 선임된 후 후임 부재자재산관리인에게 동생 재산을 인계하지 않은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1988년 부친 사망 후 모친, B씨와 함께 상속을 받게 됐다. 그러나 B씨는 1986년 미국으로 출국한 이후 연락이 두절된 상태였기 때문에 A씨가 2013년 법원에 B씨의 재산을 관리하겠다고 하면서 부재자재산관리인으로 선임받았다. 부재자재산관리인은 상속인 중 연락이 닿지 않는 행방불명이나 장기 해외 체류인 경우에 상속인을 대신해 재산을 관리하는 사람으로, 매년 재산 목록과 변동상황을 법원에 보고해야 한다.
동생과 연락이 두절된 사이, 부친이 남겨둔 부동산은 2016년 한 지자체에 수용됐다. 지자체는 수용보상금 중 B씨 몫 13억7,000만원을 법원에 공탁했다. 하지만 A씨는 동생 몫인 공탁금을 수령해놓고도 법원에 이를 보고하지 않았다. B씨의 실종선고로 또다른 동생과 공탁금을 절반 나눠가질 수 있는 상황이 됐지만, 이 사실도 알리지 않았다.
이에 법원은 부재자재산관리인을 C변호사로 바꿨지만, A씨는 공탁금을 넘겨주지 않았다. C변호사는 A씨가 동생 재산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아 재산상 손해를 가했다며 고소했다.
1심은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공탁금 상당의 반환을 거부한 행위는 일련의 임무위배행위에 해당한다"며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A씨의 상속 몫을 뺀 절반에 대한 공탁금에 대한 배임 책임을 인정했다.
항소심은 A씨가 공탁금 전액에 대한 배임혐의를 유죄로 보고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B씨의 실종선고라는 우연한 사정이 있다고 해도 부재자재산관리인이 공탁금을 인수인계하지 않은 행위는 부재자재산관리인 제도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