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조직 '패싱'하고, 우회로 찾는 행안부... 입법 대신 시행령 카드 '꼼수'

입력
2022.06.16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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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안부 장관의 경찰청장 지휘권 명문화 검토
"정부조직법 개정해야" 독립성 보장 취지 역행
"조직 비대해도 檢 견제 받아" 경찰 내부 반발
행안부 경찰자문위 최종 권고안은 순화될 듯

행정안전부 산하 경찰제도개선자문위원회(자문위)가 경찰 권력 감시를 위해 행안부 장관의 경찰청장 지휘권을 시행령으로 명문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야당의 반대가 뻔한 국회 입법 대신 시행령으로 경찰을 관리ㆍ감독하겠다는 우회로다. 편한 길을 찾았지만, 절차적 정당성 결여는 물론 경찰의 독립성을 보장한 모법(母法) 취지에도 반한다는 비판이 무성하다.

시행령 제정→치안정책국 신설→통제 완성?

최근 자문위는 행안부 장관의 경찰청장 지휘권 등을 담은 ‘경찰지휘규칙(가칭)’을 행안부령으로 신설하는 안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15일 전해졌다. 각 부처 장관은 소속 외청장을 직접 지휘할 수 있다고 규정한 정부조직법 제7조가 근거다. 한 자문위원은 “통상 부령으로 소속 외청의 지휘규칙을 갖고 있는 다른 부처와 달리 경찰청은 빠져 있다”며 “행안부가 경찰을 관리할 근거를 만들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시행령을 토대로 행안부 안에 ‘치안정책국’을 신설해 경찰 인사 등 주요 사안을 관리ㆍ감독하는 시나리오다.

논리는 그럴듯하지만 당장 경찰 안팎에서는 “모법을 우회하려는 꼼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조직법이 규정한 행안부 장관 관장 업무에는 치안이나 경찰 관련 내용이 전혀 없다. 1991년 경찰법 제정 당시 경찰청이 독립하면서 정권 입김에 구애 받지 않으려 행안부 장관의 치안 사무 조항을 아예 삭제한 탓이다. 결론적으로 행안부가 경찰을 통제하고 싶으면 법을 바꾸는 게 맞는데, 굳이 시행령 카드를 꺼낸 건 여소야대 국면을 피하기 위한 꼼수라는 것이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도 이날 “(치안정책국을 설치하려면) 정부조직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경찰 통제 왜 굳이 행안부가?

비판론자들은 무엇보다 자문위가 경찰 권력을 감시하는 기존 조직, 즉 국가경찰위원회를 ‘패싱’한 것 자체에서 정부의 불순한 의도가 드러났다고 본다. 국가경찰위에는 경찰청장 임명 제청 동의권과 경찰 주요 정책에 대한 심의ㆍ의결권이 있다. 민간 인사들이 참여하는 합의제 기구라 권력의 ‘외풍’을 최소화할 수 있다. 시민단체들이 경찰 견제가 필요하면 차라리 국가경찰위를 대통령 또는 총리실 직속으로 옮겨 중앙행정기관으로 격상하라고 요구하는 배경이다. 한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현재 국가경찰위 구성원들이 문재인 정부에서 다수 임명돼 새 정부 입맛에 맞지 않다고 보고 행안부를 통제기구로 낙점한 것 아니겠느냐”고 꼬집었다. 반면 자문위 관계자는 “검찰 수사권 대부분이 경찰에 이관돼 즉각 대응이 필요한데, 국가경찰위 개혁은 법을 개정해야 해 장기 과제로 돌려놓은 것”이라고 반박했다.

정부의 설득 노력에도 경찰 내 반발 기류는 계속 커지고 있다. 일선 수사를 담당하는 간부 A씨는 “경찰 권력이 아무리 비대해져도 재수사든 보완수사든 다 검찰 견제를 받는다”라며 “그렇게 권력이 많은데 왜 수사를 기피하는 직원은 늘고 있느냐”고 반문했다. 정보 업무에 종사하는 경찰관 B씨도 “경찰국이 예산, 정책 기능 등을 가져가면 2급 경찰국장이 차관급 경찰청장보다 힘이 더 세지는 꼴”이라고 고개를 내저었다.

"경찰 반발 무마할 내용 최종안에 담길 것"

자문위도 일선 경찰관들의 저항이 예상외로 강한 점을 감안해 21일 발표할 최종 제도 개선 권고안에 가급적 순화된 내용을 담을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자문위원은 통화에서 “현재 자문위 안에서 매파와 정부와 경찰의 균형을 강조하는 비둘기파가 격론을 벌이는 상황”이라며 “특정 위원이 언급한 아이디어가 자문위 전체 의견으로 둔갑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가령 언론에 공개된 총경 이상 고위직도 ‘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해 통제하겠다는 발상은 개인 의견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자문위는 또 조직 신설은 기정사실인 만큼 경찰관 처우개선, 수사인력 증원 등 경찰을 달랠 ‘당근’을 포함시키는 여러 방안을 저울질하고 있다. 자문위 관계자는 “경찰 통제 관련 부분은 정말 추상적 개선 방향 정도만 최종안에 넣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준석 기자
김도형 기자
원다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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