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방탄소년단(BTS)이 14일 유튜브 영상을 통해 단체 활동 중단을 전격 선언했다. 데뷔 9년 만이다. 이들은 영상에서 "우리가 잠깐 멈추고 해이해지고 쉬어도, 앞으로의 더 많은 시간을 위해 나아가는 것"이라며 향후 멤버 7명이 각자 앨범을 내고 활동하겠다고 밝혔다. 소속사 빅히트뮤직은 "팀 활동과 개별 활동을 병행할 계획"이라며 그룹 해체는 아니라고 했다. 세계 대중문화계 최정상에서 활동하던 방탄소년단의 향후 행보는 국내외 팬들과 언론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방탄소년단은 K팝으로 전 세계 주류 음악시장을 정복한 슈퍼스타다. 최대 음악시장인 미국의 빌보드 차트에선 5개 앨범을 연달아 앨범 차트 정상에 올렸고, 싱글 차트에도 총 6곡을 1위에 올렸다. 지난해엔 미국 3대 음악 시상식인 아메리칸뮤직어워드에서 대상을 받았다. 모두 한국 가수 최초이자 60년대 전설적 영국 그룹 비틀스의 미국 진출에 비견되는 성과로, 그 경제적 파급력이 수조 원에 달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들은 강력한 팬덤을 거느리고 서구사회의 아시아계 혐오를 비판하는 등 사회적 발언도 꾸준히 해왔다.
방탄소년단이 최전성기에 활동 중단을 결정한 이유로는 멤버들의 군 복무가 먼저 거론된다. 대중문화예술인의 대체복무를 허용하는 병역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는 한, 멤버들의 입대 연기 기한은 올해 연말부터 순차적으로 종료된다.
다만 멤버 본인들이 털어놓은 고충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리더 RM은 "K팝과 아이돌 시스템 자체가 사람을 숙성하게 놔두지 않는다. 내가 성장할 시간이 없다"고 토로했다. "한 번도 '너무 재미있다'고 생각하며 작업한 적이 없다"(슈가), "항상 위를 보고 나아가다 보니 무서웠고 팀을 위해 나를 포기해야 했다"(뷔)는 증언도 나왔다. 기획사의 수익 추구를 우선시하는 K팝 산업의 고질적 병폐가 방탄소년단이라고 해서 다르지 않았다는 얘기다. 젊은 예술인의 재능과 의욕을 소진시키는 지금 시스템으로는 K팝의 미래를 장담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