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초점] 던, '현아 남자친구'를 넘어야 할 때

입력
2022.06.17 08:30

가수 현아와 던은 열애가 득이 된 대표적인 스타 커플이다. 아이돌 출신으로서 쉽지 않은 공개 열애를 당당히 선언한 뒤 나란히 새 소속사로 이전, 6년째 거침없는 애정 행보를 이어가며 일과 사랑을 모두 잡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SNS와 방송을 통해 거침없이 서로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는 두 사람을 향한 대중의 반응도 긍정적이었다. 오히려 이들의 연애는 '힙'한 MZ세대의 전형이라는 인식까지 생겨났을 정도다. 덕분에 두 사람은 열애 인정 이후 화보, 광고, 각종 예능 출연부터 음악 활동까지 활발한 '1+1' 행보를 이어올 수 있었다.

음악적 시너지도 기대 이상이었다. 던은 지난해 현아가 발매한 미니앨범 '암 낫 쿨'의 타이틀 곡 작사는 물론 수록곡 작사, 작곡, 피처링에까지 참여하며 연인이자 음악적 동료로 힘을 실었다. 나아가 지난해 두 사람은 첫 듀엣곡 '핑퐁'으로 커플 시너지를 발산, 곡과 댄스 챌린지의 흥행을 모두 성공시켰다.

하지만 두 사람 각자의 음악적 커리어를 들여다 볼 때 이야기는 사뭇 달라진다. 현아의 경우 열애 인정 전부터 자신만의 확고한 입지를 다져온데다 지금의 소속사인 피네이션 이적 후에도 '플라워 샤워' '암 낫 쿨'의 흥행에 성공하며 여전한 존재감을 입증한 만큼 연인 던과의 '따로 또 같이' 행보가 새로운 시너지로 작용했다.

하지만 던의 경우 아직까지 '현아 남자친구' 타이틀 이상의 무언가를 터트리지 못한 상태다. 2016년 데뷔 이후 벌써 7년 차 가수가 됐지만 대중에게 (현아와의 듀엣을 제외한) 던의 대표곡을 물었을 때 답은 쉽게 나오지 않는다.

물론 그룹 펜타곤으로 데뷔 이후 2년여 만에 열애 이슈로 전 소속사를 떠난 뒤 이듬해인 2019년 피네이션으로 이적하는 등의 과정 속 '자신만의 결과물'을 보여줄 시간이 촉박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적 후 발매한 '머니' '던디리던' 역시 '현아 남자친구'라는 타이틀을 넘어설만한 화제성을 구가하진 못한 만큼 이제는 그에 대해 보다 진지한 고민이 수반돼야 할 때다. 당당한 열애는 이어가되, 커리어에서 만큼은 '현아'라는 수식어 없이도 자신의 무기를 갖춘 아티스트로 거듭날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다.

이 가운데 던은 16일 새 싱글 '스투피드 쿨(Stupid Cool)'을 통해 1년 8개월 만의 컴백에 나선다. 아직 정식 음원 발매가 되지 않은 시점이지만, 이번 컴백에서도 '현아'의 존재는 꽤나 커 보인다. 신곡명 공개와 함께 '현아가 포토그래퍼로 참여했다'는 소식이 대대적으로 홍보됐고, 티저에도 현아의 모습이 종종 담겼다. 신곡 발매 전 무대를 선공개한 대학교 축제에서도 포커스는 '현아와 함께한' 던의 모습에 더욱 맞춰졌다.

여기에 "I Love You. You're the Only One. 이런 건 뻔하지만 뭐 어쩌겠어. 너밖에 모르는 난 **같지만 좀 멋있어"라는 가사 역시 현아를 향한 던의 세레나데였다. 물론 오랜 시간 함께해온 연인인 만큼 서로에게서 곡의 영감을 받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지만, 던만의 '한 방'을 보여줄 필요가 있는 시기라는 점에서 온통 '현아'로 가득한 그의 컴백 행보는 다소 아쉽다.

두 사람이 오랜 열애를 통해 서로에게서 음악적 영감을 얻고, 긍정적 시너지를 만들어낼 수 있는 '따로 또 같이' 행보를 이어오는 것은 당연히 응원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두 사람은 '열애의 아이콘'이기 전에 가수다. '현아 남자친구'라는 타이틀 이전에 던이라는 가수의 음악적 색채와 역량으로 존재감을 입증할 필요가 있는 이유다.

홍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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