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전기차 '아이오닉5'가 추돌 사고 직후 화염에 휩싸이며 탑승자가 사망한 사고와 관련, 원인 찾기가 난항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국립과학수사원(국과수), 한국교통안전공단(카트리), 현대차 등이 구성한 합동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는 현장 감식과 사고기록장치(EDR) 분석을 통해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지만 차량이 전소되고, 탑승자도 모두 사망한 이유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4일 부산경찰청, 국과수, 현대차 등에 따르면 4일 오후 11시 부산 강서구 남해고속도로 서부산요금소에서 사고를 일으킨 아이오닉5는 톨게이트 충격흡수대를 들이받은 직후 '펑' 하는 폭발음과 함께 약 3초 만에 차량 전체에 불길이 치솟았다. 관할 소방서에서 사고 15분 만에 현장에 도착했지만, 차량은 거의 전소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사고로 운전석에 있던 30대 남성과 조수석의 40대 여성은 탈출하지 못하고 숨졌다.
사조위 측은 7일 본격적으로 사고 원인 조사에 착수했다. 아이오닉5의 EDR 데이터를 국과수에 분석을 맡겼다. EDR는 차량에 내장된 데이터 기록장치로 ①사고 이전과 당시의 차량 속도 ②엔진 회전수 ③변속기어 위치 ④충격 가속도 등의 데이터를 기록·저장한다. 또 10일에는 사고 현장과 차량에 대한 감식도 진행했다. 다만 차량이 불에 탔고, 탑승자 모두 사망해 정확한 사고 원인을 파악하기 쉽지 않은 상태로 전해졌다.
부산경찰청 관계자는 "EDR 분석 결과가 나오는 데는 몇 주 정도 걸리며 차량 고장 여부 등을 파악하기 위한 차량 감식 결과도 기다리고 있는 중"이라며 "차량 화재 원인에 대한 감식을 17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가족 동의를 받아 운전자의 지병 여부를 밝히기 위해 병원 기록 등을 확보하거나 가족을 상대로 조사할 예정이다. 또 CC(폐쇄회로) TV 분석을 통해 사고 차량의 운행 경로를 역추적하는 수사도 병행하고 있다. 사고 직전 차량 속도에 대한 감정도 국과수에 의뢰해 놓은 상태다.
경찰 관계자는 "사고 차량이 충돌 전 속도가 시속 30~40㎞보다는 훨씬 빠른 속도였던 것으로 추정되지만 정확한 속도는 감정 결과가 나와 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과속 주행 및 안전벨트 미착용이 이번 아이오닉5 탑승자 사망의 주요 원인이라는 주장을 제기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국과수에 확인한 바에 따르면 안전벨트 클립이 끼워진 것으로 확인돼, 사망한 운전자와 동승자 모두 안전 벨트를 착용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며 "사고 당시 속도 역시 시속 90~100㎞ 정도로 추정되고, 사망자 부검 결과 호흡기 쪽에 탄소, 매연이 끼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