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의 첫 검찰총장 공석 사태가 길어지고 있다. 김오수 전 총장이 떠난 지 40일째이나 법무부는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도 구성하지 않고 있다. 검찰공화국으로 불릴 만큼 검찰 출신이 정부 요직에 넘쳐나는데 정작 검찰에 수장이 없는, 이해하기 힘든 상황이다.
법무부는 고려할 게 많다고 하나 장관 취임 한 달이 되도록 추천위원 9명 가운데 당연직을 뺀 4명조차 구성하지 못한다면 그 의도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 총장 후보군 역시 추천위 구성 뒤 폭을 넓혀 찾으면 난항을 겪을 이유가 없다.
그사이 한동훈 장관은 고위 간부급 인사를 단행해 지휘부를 ‘윤석열 사단’으로 재편했다. 수사 실무를 맡을 차장ㆍ부장검사의 중간간부 인사도 임박한 모습이다. 검사 유배지인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을 4석에서 9석으로 증원키로 해 대규모 좌천인사까지 예고했다. 이런 여건이라면 차기 총장은 허수아비가 될 것이란 우려는 커지고 있다.
검찰청법은 검찰 인사를 총장 의견을 들어 대통령에게 제청하도록 규정해 인사에서도 독립성을 보장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총장 시절 인사문제로 문재인 정부와 충돌할 때의 근거도 바로 이 규정이었다. 법무부는 법리상 대검 차장이 총장 직무대리로 대신하면 된다고 하나 이럴 바에야 그런 규정을 왜 만들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지키라고 있는 법을 우회하는 게 법치일 수는 없고, 편법에 의존한 법 집행은 신뢰하기 어렵다.
게다가 검찰권 행사의 정당성은 국민 대표의 청문회를 거친 총장이 검찰권을 지휘하는 데 있다. 총장 공석 사태는 그 정당성을 훼손하고 법의 지배를 형해화하는 것과 같다. 총장 제청권을 가진 한 장관이 다른 일은 신속히 하며 총장 궐위는 방치한다면 온전한 검찰권 행사를 막는 것과 다름없다.
엄정한 법 집행으로 이름을 알린 한 장관이 이렇다면 다른 이유가 있다고 보는 게 합리적일 것이다. 그 이유가 무엇이든 국민 뜻을 거스르는 방식이 한동훈 식 법과 원칙이라면 실망스럽다. 한 장관은 총장 궐위의 조속한 해소가 의무이자 권한임을 명심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