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첫해 '극단 선택' 줄었지만, 1020은 증가했다

입력
2022.06.14 16:23
8면
2020년 자살률 1.2명↓… 코로나 결속 효과
1020세대 정신적 고통에 10% 이상 늘어
"향후 2년 자살률 증가할 수도… 예의 주시"
'OECD 자살률 1위 국가' 오명은 여전

코로나19 유행 첫해인 2020년 자살률이 전년보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 블루' 여파로 증가할 것이란 예측과 다른 결과로, 국가적 재난으로 사회적 결속·단합이 단단해진 덕분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30대 이하 자살률은 전년보다 늘었고 10·20대 자살률은 10%가량 증가했는데, 코로나19에 따른 정신·경제적 고통이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보건복지부와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이 14일 발표한 '2022 자살예방백서'를 보면 2020년 자살자 수는 1만3,195명으로 2019년보다 604명(4.4%) 감소했다. 자살률은 전년(26.9명)보다 1.2명 감소한 25.7명으로 집계됐다. 자살률은 인구 10만 명당 고의적 자해(자살) 사망자 수를 의미한다.

자살률 감소는 2017년 이후 3년 만이다. 공교롭게 코로나19 사태가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70대는 전년보다 16%, 50대는 8.4% 감소했다. 감소세는 2020년뿐 아니라 올 3월까지 이어졌다. 원소윤 복지부 자살예방정책과장은 "통계청 잠정치에 따르면 일상회복 이전인 올해 3월까지는 자살률이 증가하지 않았다"며 "통계상 국가적 위기가 닥치면 단합력이 발휘돼 자살 사망자가 감소한다"고 설명했다.

10~30대만 사망 원인 1위 '자살'

그러나 10대 청소년과 20대 청년은 정반대로 나타났다. 20대 자살자 수는 1,471명으로 전년보다 12.8% 증가했다. 10대(315명)는 9.4%, 30대(1,874명)는 0.7% 늘었다. 원 과장은 "젊은 층의 자살 동기는 정신적 문제로 보고 있다"며 "청년층의 자살 증가는 세계적 추세이지만, 이 점을 주의 깊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2020년 사망 원인 조사에서 10~30대만 1위가 '고의적 자해(자살)'로 나타났다. 9~24세 청소년의 인구 10만 명당 자살률은 11.1명으로 전년보다 1.2명 증가했다.

여성의 자살률 증가도 주목할 부분이다. 남성 자살률(35.5명)이 여성(15.9명)의 두 배 이상이지만, 자해·자살 시도 건수는 여성 2만1,176건으로 남성 1만3,729건보다 많다.

"경제적 격차 두드러질 향후 2년이 문제"

복지부는 일상회복 이후인 2, 3년 뒤 청소년·청년·여성은 물론 전체 자살률도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국가적 재난이 끝난 뒤 경제적 격차가 두드러지면서 정신적 고통을 받는 사람이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원 과장은 "전문가들도 재난 이후 향후 2~3년간 자살률이 증가한다고 분석한다"며 "이 점에 주목해 자살 예방 정책을 잘 세워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자살률 1위'란 오명은 여전히 벗지 못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20년 OECD 자살률 평균은 10.9명이며, 2017년 1위였던 리투아니아는 21.6명으로 조사됐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 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 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류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