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요 언론들이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이번 주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을 속속 내놓고 있다. 미국 내 인플레이션이 심상치 않아 연준이 긴축의 강도를 높이는 것인데, 이에 미국을 비롯한 세계 주요 증시도 폭락했다.
13일(현지시간)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ME) 그룹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미 연준이 이달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할 확률이 93%를 넘고 있다. 전일의 25%에서 약 4배 급증한 것이다. 페드워치는 기준금리인 연방기금금리(FFR) 선물의 가격 데이터를 바탕으로 기준금리 변동 확률을 추산한다.
미국 블룸버그통신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매체들도 이날 연준이 이번 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할 수 있다고 잇따라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소비자 물가지수와 기대 인플레이션이 치솟으며 연준 위원들이 아마도 금리를 1994년 이후 최대폭(0.75%포인트)으로 올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WSJ도 "최근 며칠 사이 잇따라 문제가 있는 인플레이션 보고서들이 나오면서 연준 위원들이 시장에 충격을 주는 방안을 검토할 것 같다"고 예상했다.
당초 시장은 이달 '자이언트 스텝' 가능성을 높게 보지 않았다. 연준이 지난달 22년 만의 최대폭인 '빅 스텝'(0.5%포인트 인상)을 단행하면서, 0.75%포인트 인상 가능성에는 선을 그었기 때문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당시 기자회견에서 "두어 달 더 0.5%포인트의 금리 인상을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 10일 미국의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공개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CPI가 지난해 같은 달 대비 8.6% 급등해 1981년 12월 이후 41년여 만에 최대 상승률을 기록했다는 소식에 바클레이스와 골드만삭스 등 주요 투자은행(IB)들은 0.75%포인트 인상 가능성을 선제적으로 제기했다. 이후 미 주요 언론들도 자이언트 스텝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0.75%포인트 인상으로 연준이 물가를 잡을 수 있다는 의지를 보여줌으로써 중앙은행의 신뢰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 주요 증시는 이날 미 연준의 고강도 통화 긴축 전망 및 경기 침체 우려가 악재로 작용하며 급락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51.23포인트 하락한 3749.63으로 거래를 마쳤다. 이는 2021년 3월 이후 최저치다.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도 전 거래일보다 876.05포인트 하락한 3만516.74에 거래를 마감했다. 영국 런던 증시의 FTSE 100 지수는 전장 대비 1.53%,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30 지수는 2.43%, 프랑스 파리 증시의 CAC40 지수도 2.67% 각각 하락했다.
일각에선 연준의 금리인상 기조를 향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캐나다 투자은행 겸 금융서비스업체 캐너코드제너티의 토니 드와이어는 미 경제방송인 CNBC에 “연준은 수요를 줄여 인플레이션을 억제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면서 “하지만 1980년대식 금리 인상은 오히려 시장의 혼란을 가중하고 경기 침체 가능성을 높일 것"이라고 경고했다.